별로 자랑할 게 없던 시절에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말 외엔 우리나라를 상징할 만한 게 없었다. 국내외 학자들은 한국이 내세울 만한 브랜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제기해왔다. 미국은 ‘엔터테인먼트산업’, 독일은 ‘기술’, 일본은 ‘장인정신’ 같은 국가적 상징이 있는데 한국은 그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국민 공모를 통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슬로건을 만든 이유다. 한국의 역동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였다. 이것이 한동안 국가브랜드처럼 쓰이다가 2009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파클링 코리아’(Sparkling Korea)를 쓰기도 했지만 널리 알리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영국의 국가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fk의 국가브랜드 지수에서 한국은 50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창의적 한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새로운 국가브랜드다. 우리나라가 미래 지향적으로 추구해나갈 핵심 가치와 비전을 담았다고 했다. 문체부가 지난해 착수한 국가브랜드 사업의 성과다.
새 국가브랜드에 대해 곧바로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이내믹 코리아’보다 나은 점이 없다는 지적에서부터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알리는 것이어서 다음 정권에서는 바뀌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표절 의혹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 손혜원 의원이 어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의 산업 슬로건인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랜딩 디자이너 출신인 손 의원이 해외에서 일하는 동료 디자이너를 통해 제보받은 것이라고 한다. 문체부는 “사전에 디자인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표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국가브랜드는 온 국민이 공감하고 국제사회가 호응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탄생과 더불어 논란에 휘말린 새 국가브랜드의 운명이 어찌될지 두고볼 일이다. 창의력과 거리가 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과연 우리나라를 상징할 만한 것인지, 이참에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