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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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의 통렬한 자아비판, 다른 기업은 어찌 들었나

삼성이 자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대해 통렬한 자아비판을 쏟아냈다. “30층짜리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삼성은 초가집 수준”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아키텍처라는 개념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그제 전 계열사에 내보낸 20분짜리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2부, 우리의 민낯’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달 21일 ‘1부 불편한 진실’에 이은 시리즈 제2탄이다. 삼성은 치부를 송두리째 공개했다. 3만2000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비판은 듣기 민망할 정도다. “구글의 입사 시험을 치른다면 1∼2%만 입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스스로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혹평을 가했다.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이다. 반도체·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는 기업으로서 이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법하다. 하지만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 스스로 비판의 도마에 올린 것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명멸하는 기업이 속출한다. 세계시장을 석권하던 모토롤라, 노키아, 소니 등은 이제 세계시장에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자아비판을 가한 삼성은 그나마 낫다. 정작 돌아봐야 할 것은 다른 기업들이다. 저마다 변화를 외치지만 그 외침은 절실하게 들리지 않는다. 대기업치고 자신을 스스로 수술대 위에 올려놓는 곳은 드물다. 외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는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그런 민낯을 보게 된다. 이런 속에서는 경쟁력 확보는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서 참담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은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앞섰던 우리나라의 기술은 고기술 분야에서 2014년을 기점으로 같은 수준으로 변했으며, 중·저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이런 식으로는 기업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저성장과 기업경영 악화에 대해 규제와 고용의 경직성을 탓한다. 하지만 반성해야 할 것은 기업의 자세다. 아무리 규제를 풀고 고용의 유연성을 키운다고 해도 기술경쟁력으로 무장하지 않은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뀌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는 특히 그렇다. 삼성의 자아비판은 삼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