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반응이다. 하지만 파고가 높다. 격랑은 또 밀려들고 있다. 히스테릭한 반응에서 불길한 변화의 기미를 엿보게 된다.
강호원 논설위원 |
그쯤은 중국도 모를 턱이 없다. 그런데도 “칼을 휘두르는 강도를 막지도 말라”고 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져 본다. 중국이 쏴 올린 첩보위성은 대체 몇 개이던가. 세상 모든 것을 보는 ‘천개의 눈’은 사드가 아니라 개미 움직임까지 감시할 수 있는 첩보위성이다. 위성기술의 진보를 놓고 보더라도 사드는 낡은 방호 체계다. 사드가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쟁점화했기에 시끄러운 것 아닌가.
왕이 부장은 그제 한국을 “친구(朋友·펑여우)”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도 그렇게 불렀다. 한국도 중국을 적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곤경에 빠진 이웃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웃 나라야 죽든 말든,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말인가. 사드를 걱정한다면 북핵을 폐기하고자 했어야 한다.
감시 반경 600㎞인 사드에 집착하는 중국은 어찌 비칠까. 패권주의자로 바라보지 않을까. 패권을 앞세우면 믿음은 옅어진다. 중국 인민일보도 논평을 쓰지 않았던가. “덕에 의지하면 성하고, 힘에 의지하면 망한다”고.
전도된 본말은 재앙을 부르는 씨앗이다. 그 재앙은 중국에 미친다. 북핵을 제쳐두고 사드만 문제 삼는다면 대한민국은 어찌 해야 할까. 길이 많지 않다. 외부에서 감히 공격을 엄두내지 못하도록 절대무기를 보유해야 하지 않을까.
핵무장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어디일까. 미국 과학자협회장 찰스 퍼거슨은 올해 초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수백개의 핵폭탄을 만들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 수십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은 더하다.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핵재처리 시설에는 플루토늄이 매년 산처럼 쌓이고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고자 한다. 그 미래는 무엇인가. 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안보 지형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핵무장한 한·일. 중국에는 재앙이다. 아무리 대국을 소리쳐 외쳐도 인민해방군은 종이호랑이로 변할 수 있다.
핵탄두로 대리전이라도 할 듯 시늉하는 북한. 중국을 위한 걸까. 중국에는 도움이 될까. 그럴 수 없다. 오히려 중국에 재앙을 몰고 올 독버섯이다. 시 주석도, 왕 부장도 그쯤은 알고 있을 듯하다. 그러기에 한국에 더 깊은 믿음을 가졌던 게 아니던가. 중국은 좀 더 포용적으로 한반도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알량한 사드를 두고 보복을 말할 때가 아니다.
조선의 대유(大儒) 퇴계 이황은 말했다. “태평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난리 날 징조가 나타난다. 마음을 조금이라도 놓으면 배는 문득 풍파를 만나 뒤집힌다.” 제갈량은 이런 말을 했다. “담박한 마음으로 뜻을 가다듬고 멀리 내다보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친구를 걱정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중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