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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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간첩, 북한 225국에 남한 정세 보고”

검, 국보법 위반 혐의 2명 기소
국내 정세 등이 담긴 정보를 PC방에서 북측 요원에게 전송하려다 검거된 ‘PC방 간첩’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김재옥)는 12일 김모(52)씨와 이모(54)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인 ‘225국’ 공작원들에게 포섭된 후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에 충성을 맹세하고 남한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12일 재판에 넘겨진 이모, 김모씨의 집 등에서 검찰이 압수한 자료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2015년 국외에서 만난 북한 ‘225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국내에서 북한을 위한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25국은 이른바 ‘남조선 해방’을 위해 간첩을 남파하거나 국내에 지하당을 구축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대남공작 총괄기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25국에 포섭된 뒤 국내로 돌아와 정치권 관련 정보를 수집해 PC방에서 이메일로 북측 인사로 추정되는 이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사건에 관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이남 통치 책임자인 미 대사에게 정의의 칼날을 겨눈 것”이란 표현을 썼다. 또 김정일 생일 축하글에는 “적들의 휘몰아치는 대탄압의 광란 속에서도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하에 나날이 강성 위력해지는 선군 조선”이라고 적어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는 지난 5월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에서 보고문을 쓰다가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체포됐다. 국정원은 같은 달 경기 안산의 집에 있던 이씨도 체포했다. 이들은 검거 직후부터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는 것은 물론 법원 영장실질심사조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들이 서로 어떻게 알게 됐는지, 225국 공작원은 어디서 만나게 된 것인지 등 조사를 거의 하지 못한 채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김일성어록’ 등 객관적 증거만을 토대로 기소했다. 이들이 정보 제공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이메일 보고문의 최종 수신자가 누구인지 등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와 이씨는 대북 보고문 등을 다른 정보자료에 숨겨 암호화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기법을 동원하거나, 한국 정보당국의 접근이 힘든 외국계 이메일을 주로 썼다”며 “수첩에 ‘주체’를 적을 때조차 ‘ㅈㅊ’이라고 자음만 적는 등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