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정부가 2014년 초부터 내세웠던 국정 어젠다다. 대통령이 틈나면 강조해 국민들 귀에 못이 박였다. 2년반 뒤 실상은 거꾸로다. ‘정상의 비정상화’가 판친다. 주범이 정부라는 게 아이러니다. 교육부는 당초 나씨 중징계를 미적댔다. 며칠간 공분이 들끓어서야 파면을 결정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자질 부족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서 쫓겨났다. ‘홍기택 낙하산’ 뒷배는 미스터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부지 발표 전날까지 오리발 내민 국방장관, 반대설에 휘말린 외교장관. 비정상 사례는 차고 넘친다. 어쩌다 “엉망진창 내각” 조롱까지 듣게 됐을까.
허범구 논설위원 |
새누리당은 친박 패권주의에 오염돼 앞날이 비관적이다. 증세가 심해 처방이 난감하다. 친박계 의원 전체가 패권적인 건 아니다. 일군의 강성·꼴통 친박이 문제다. 자신과 계파를 챙기는 데 물불 안 가리는 극성파. 내분의 현장에는 꼭 이들이 있다. 특히 대구 3선 조원진, 충청 재선 김태흠·이장우 의원은 3인의 돌격대로 꼽힌다. 세 사람은 지난해 6월 국회법 파동 때부터 반유승민 투쟁에 앞장섰다. 지난달 유 의원 복당 결정 뒤집기를 시도한 주축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정진석 1차 비대위’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3인방은 최경환 의원이 8·9 전당대회에 불출마하자 서청원 의원 옹립에 발벗고 나섰다.
조 의원은 잦은 강경 발언으로 물의를 몰고 다닌다.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공천 갈등을 부추겼다. ‘대통령 대구 선물 보따리’ 발언은 지역대결의 불씨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 이 의원도 막상막하다. 한 언론은 ‘막말 대마왕’으로 꼬집었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이 “이 의원이 뭘 잘못했냐”고 강변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월 말 19대 국회 막말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김·이 의원은 각 5건의 막말을 쏟아내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9건의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는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이 의원은 경선 없이 단수 추천됐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하며 서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읍소했다.
강성 친박의 처신은 교묘하다. 자신들을 대통령이 감싸는 듯 선전한다. 완장질과 호가호위는 그 과실이다. 서청원 추대는 계산된 선택이다. 서 의원은 결심을 굳히고 출마 선언 택일만 남겨뒀다고 한다. 또다시 설칠 강성 친박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집권당은 뼈를 깎는 쇄신이 절실하다. 강성 친박이 있는 한 새 출발은 요원하다.
‘전갈과 개구리’ 우화가 있다. 강을 건너려는 전갈이 개구리에게 “등 좀 태워 달라”고 한다. 독침이 무서운 개구리가 마다하자 “둘 다 죽는데 찌를 리 있겠느냐”고 달래 올라탄다. 강 중간에서 물살이 세자 개구리를 찌른다. 원망하는 개구리에게 전갈은 “미안해. 급하면 나오는 본능이야”라고 한다. 강성 친박의 권력욕과 분탕질은 체화된 수준이다. 위기때면 돌출하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화해의 제스처로 손을 내밀었으나 강성 친박이 어디로 튈지는 모른다.
박 대통령이 내각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개각한다면 강성 친박 기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자랑하는 충성심이 내각에서 발휘된다면 국정 추동력이 제고될 수 있다. 당의 화근을 더는 효과는 더 매력적이다. 3인방은 정부로 보낼 1순위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