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사진)씨가 4건의 성폭행 고소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박씨에게 1건에 대한 성매매 및 사기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박유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박씨는 고소 여성 4명 중 1명에게 금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지만 대가를 주지 않았다"며 박씨에 대해 성매매, 사기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행위의 대가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주기로 약속하는 행위만으로도 성매매로 간주해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데 성관계를 조건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금품을 주지 않은 것이 죄가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나 2001년 대법원은 성매매 사건이라도 약속한 돈을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으면 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강모씨는 2000년 8월 충남 논산의 한 여관에서 술집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맺은 뒤 훔친 신용카드로 '화대'를 결제했다.
강씨에 대해 1심과 2심은 성매매 혐의를 인정했지만,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화대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경제적 이익으로 간주한 것.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채 사기 혐의 역시 유죄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 이익이 반드시 사법상 보호되는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금품 등 대가로 여성과 성행위를 하기로 하고 이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