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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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먹었는데 배가 사르르… 왜 그럴까

삼계탕·추어탕·장어 모두 따뜻한 성질
더운 여름에 양기 많은 사람이 먹으면
복통·설사·구토 등 오히려 부작용 생겨
연이은 무더위 탓인지 직장인 A씨는 요즘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해소하기 위해 A씨가 택한 방법은 점심시간마다 직장 동료들과 보양식을 찾아 먹는 것. 뜨거운 국물을 훌훌 마시다 보면 업무 중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해 지는 느낌에 뿌듯하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와 오후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면 배가 아파 화장실을 자주 가게 돼 고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찾는 다양한 보양식들. 추어탕과 삼계탕·장어 등 기름진 음식은 배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양식은 말 그대로 몸을 보호해주는 음식이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 많고, 더위를 해소하는 데에도 제격이다. 한의학에서는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지나치게 찬 음식을 먹으면 바깥 기온에 비해 체내 온도가 급격히 낮아 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거나, 야외활동이 특히 많았던 경우, 피로해 지쳤을 때 보양식이라며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섣불리 먹었다면 배탈 등 부작용도 조심해야 한다.

전문가는 “보양식은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섭취하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다”며 “자신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맞는 음식을 골라 적절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에는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이 있다. 닭과 미꾸라지, 장어는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진 재료로 인삼과 대추 등과 같이 먹을 경우 속을 덮혀주는 역할을 한다. 닭 날개 부위에는 성장을 촉진하고, 단백질의 흡수력을 높이는 ‘뮤신’이 들어있다. 삼계탕에 곁들이는 밤과 대추는 위를 보호하고 빈혈을 예방한다.

미꾸라지의 주성분도 단백질이다. 미꾸라지에는 비타민 A가 많이 들어있어 피부를 보호하고, 세균의 저항력을 높여 주며 호흡기의 점막을 튼튼하게 해준다. 미꾸라지에서 나오는 미끌미끌한 점액은 뮤신이 주성분으로 위장을 보호하고 소화력을 증진시켜준다. 미꾸라지를 뼈째 갈아 만드는 추어탕의 특성상 칼슘을 다른 음식에 비해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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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갖춘 대표적인 고단백식품이다. 비타민 A가 일반생선에 비해 150배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 A는 활성산소 제거, 시각 보호 작용, 암 예방 및 성장과 생식기능 유지 작용이 있다. 또 장어에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의원에서 속이 차다고 진단받은 사람에게는 파전과 콩국수도 보양식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파가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재료로 분류된다. 파와 차가운 성질의 녹두와 굴, 오징어 등을 함께 먹으면 몸 안의 깨진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은 고단백질로 소화흡수를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다.

메밀 역시 더위를 극복하는 데 좋다. 메밀은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섬유질 등이 풍부해 소화를 촉진한다. 수박, 참외, 오이 등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에는 수분과 당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이뇨작용을 촉진, 대사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하거나, 연령이 높다면 과도한 보양식 섭취로 인해 오히려 위장의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 잘 먹지 않는 재료를 쓴 보양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배탈은 보양식을 잘못 섭취할 때 생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교수는 “양기가 많은 여름에 보양식인 삼계탕, 추어탕, 장어요리 등을 자주 먹게 되면 체내에 과도하게 양기가 축적된다”며 “음양의 불균형을 초래해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배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보양식의 대부분이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인 것도 문제다. 삼계탕과 장어탕 등은 첨가한 부재료에 따라 1000㎉를 넘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런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는 위장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복통,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지방간 환자라면 기름진 보양식은 피하고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