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쪄요.” 방송에서 이런 말 하는 출연자는 국민 밉상으로 찍힌다. 비만은 공공의 불안이다. 다이어트는 삼시 세 끼처럼 일상이다. 얼마 전 한 지인과의 자리에서 만난 중년 여성. ‘해독’ 다이어트를 사흘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허기가 너무 져 이러다 죽겠다 싶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다이어트 중단하고 걱정돼 보약을 먹었더니 살이 더 쪘다”고 했다. 살 빼는 데 헛고생하며 낙담하는 이들이 많아 안쓰러운 세상이다.
성인보다 아동 비만이 더 심각하다. 특히 한국은 더욱 그렇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36위이지만 아동·청소년은 12위였다. 각국은 비만과 전쟁 중이다. 헝가리는 소금·설탕 등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부가세를 매기는 ‘햄버거법’을 시행 중이다. 멕시코와 미국 일부 주는 콜라 등에 ‘비만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국민 식생활 교육·개선을 추진 중이다. 비만세는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낮춰 건강 개선이 어렵다는 반론이 적잖다.
비만이 유전 탓이라는 얘기가 있다. 현재까지 연구에서 유전인자로 발생하는 비만 확률이 30∼70% 정도로 알려진다. 하지만 환경 등 후천적 요인을 중시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식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계단 오르기가 전국적으로 열풍이다. 4층까지 오르면 건강수명은 8분 늘어난다고 한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막장 먹방·쿡방도 전성시대다. 설탕을 아끼지 말라는 요리사는 스타로 떴다. 과다 포식 영상은 탐욕 중추를 자극해 식탐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뛰놀 시간을 빼앗는 극성스러운 사교육은 아동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비정상을 키우는 사회 풍토를 바꾸는 건 공동의 책임이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