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실제 얻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결코 만족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괴로움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불교 향상포럼이 지난 15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개최한 ‘불교에서 지속가능한 행복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제한 동국대 황순일 교수의 주장이다.
‘지속 가능한 행복과 불교’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황 교수는 “1800년대 초반 독일의 철학계는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했고, 헤겔과 칸트 등이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면서 유럽철학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황순일 교수가 ‘지속 가능한 행복과 불교’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대표적인 예를 “아서 쇼펜하우어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황 교수는 “그는 저서에서 자신의 감성주의적 철학을 확립하고 적극적으로 불교를 인용하면서 붓다를 최고의 인간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록 쇼펜하우어의 불교이해가 일방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지만,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불교적 태도를 선호하는 독일학계의 움직임은 프리드리히 니체로 이어지면서 실존주의 철학의 중요한 테마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그리스의 철학자·정치가·소설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실존철학, 그리스인의 삶 그리고 불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대표적 인물이다”며 “그는 붓다를 최고의 인간으로 묘사하면서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불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고 말했다.
또, “물론 그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며 “수도원 수도사들의 절제하는 삶, 불교 스님들의 율장을 따르는 계행이 과연 인간의 욕망과 집착, 인간의 번뇌를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불교적인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며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욕망이 충족됐을 때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비관하곤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불교는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을 버릴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는 기본적으로 행복과는 거리가 먼 종교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숫타니파타에서 시구로 나타나는 붓다와 마라의 대화가 불교가 직면한 이러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예로 들어 소개했다.
대화에서 마라는 “아들이 있는 사람은 아들 때문에 기뻐하고 소 주인들은 소 때문에 기뻐한다. 소유에서 즐거움이 오니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자는 기뻐할 것도 없다”고 했으며, 이에 붓다는 “아들이 있는 사람은 아들 때문에 슬퍼하고 소 주인은 소 때문에 슬퍼한다. 집착에서 슬픔이 오니 집착이 없는 자는 슬퍼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불교 향상포럼이 주최한 세미나 전경. |
그는 또, “따라서 많은 재가 불자들은 깨달음과 열반을 기본적으로 승가의 몫으로 남겨두고,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적 가르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해지기를 열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불교다! 즉 기대치를 낮춰서 욕망을 조절할 수 있다”며 “인간의 괴로움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실제 얻을 수 있는 것 사이의 불균형에서 생기기 때문에 집착과 욕망을 버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불교적 해법으로 풀어보고, 한국불교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불교 향상포럼은 울산대 박태원 교수와 해남 대흥사 수련원장 법인 스님을 공동대표로 지난 4월 창립돼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저녁에 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현태 기자 jknewsk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