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작가는 로드뷰 같은 무의식적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알 수 없는 형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름의 풍경이 된다. 집단 무의식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작품 ‘마음의 섬’은 언뜻 보면 꿈꾸는 파라다이스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청춘들에겐 전설과 같은 섬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파라다이스의 꿈을 신화로 구워내려는 청춘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임현정의 작품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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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파라다이스 섬 같은 임현정 작가의 무의식 풍경. 미래는 청춘들이 만들어갈 또 하나의 신화의 섬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 다다를 수 없는 세상처럼 보이지만 인류는 그것을 성취했다. 작가는 힘든 청춘들에, 자기 자신에게 그것을 환기시켜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현실은 청춘들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미래는 그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작업 도중 작업실을 탈출해 설악산으로 향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림속 풍경을 거기서 마주했다.
오세경 작가는 ‘어중간(於中間)’의 근방을 배회하듯 그야말로 흑도 백도 아닌 잿빛(grey)으로 화폭을 물들이고 있다. 이 색 저 색 다 뭉뚱그리니 무채색일 수밖에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어중간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럴 수도 그리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어중간이다. 회색빛 청춘이 그렇다. 다양한 가능성으로의 열려짐에 대한 강한 긍정도 내포하고 있다.
오세경 작가의 회색조 풍경. 노란 병아리와 여고생은 청춘이기에 지켜주고 싶은 가치들을 상징하고 있다. |
삶 속 수많은 갈림길에서 누구나 온전히 순수함(白)을, 때론 당당히 과감함(黑)을 꿈꾼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변 사정들은 순순히 길을 터주지 않는다.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다 축축한 느낌에 내려다보면 어느새 발 디딘 곳은 기회주의와 이중성과 타협의 늪이다.
작가는 작업실 벽면에 써 놓은 늠름한 좌우명을 본다. 무언가 좌우될 순간 이외에는 열심히 지킨다. 진정 그 순간이 왔을 때 좌우명은 늘 미수에 그치고 자기 기만이란 별 하나를 또 달 뿐이다. 처지는 선택의 폭을 좀먹고, 상황은 눈치를 강제한다. 날개가 있어도 기꺼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족쇄 때문이리라. 작가는 어차피 인생은 회색빛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 듯하다. 다만 청춘이기에 한지에 푸근하게 스민 회색처럼 세상을 안고 갈 것이다. 청춘의 회색빛 아우라에 희망의 꽃은 화려하게 피어오르게 마련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