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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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하고 사랑하는 종교가 참종교”

조계종 호계위원장 성타스님
“종교 교리에 얽매이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에 소홀할 수 있어요. 인간을 위한 종교가 되어야지요.”

경주 불국사 회주로 재임 중인 성타스님의 말이다. 조계종 종헌(헌법)에 따른 법집행과 승려의 윤리, 기율을 총괄하는 호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님을 19일 서울 마포구 도원빌딩에서 만났다. 스님은 이날 세계평화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제정한 선학평화상 심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호계위원회 위원장인 성타스님은 “인간을 위한 인간을 사랑하는 종교가 참종교”라고 설파했다.
하상윤 기자
어릴 적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불가에 귀의한 스님에게 ‘불가 귀의를 후회한 적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느 중이 자기 가는 길을 후회한다 하겠는가, 다른 생에서도 불가에 갈 것”이라는 우문현답을 건네며 특유의 소년 같은 표정을 짓는다. 스님은 속세 나이로 올해 75세지만 얼굴은 40대 장년을 연상시켰다.

“불교는 인간 중심의 가르침입니다. 지금은 성숙하지 못했어도 오염을 탈피하면 본래의 청정한 모습을 갖출 수 있어요. 인간은 갖가지 업과 차별을 극복했을 때 그 본래의 청정한 모습, 해탈의 모습을 갖게 되지요. 인간은 천차만별의 업을 갖고 있지만, 불성을 회복했을 때 해탈에 도달합니다.”

스님이 지난 2000년 불국사 주지로 있을 때였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가 스님을 찾아왔다. 그가 “달라이 라마를 세계 지성인들이 존경하는데, 어떤 점이 존경을 받게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스님의 청산유수 답변이 이어졌다.

“1959년 티베트가 무력 병합되었지요? 달라이 라마는 50여년 이상 망명정부를 이끌면서도 중국에 악담이나 폭언을 한 예가 없어요. 티베트 고유 문화 독립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얘기했을 뿐 중국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세계의 망명정부는 독립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달라이 라마는 절대 그런 수를 쓰지 않지요. 불교 정신에 의한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를 평화의 종교라 하지요.”

스님은 현대 종교 폭력의 광풍을 걱정했다.

“지금 중동의 종교적인 갈등을 염려합니다. 성전이라 하지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르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어요. 아프간은 불교가 정착했던 유서 깊은 땅이지요. 그런데도 그 유명한 불교문화 유산인 바미안 석굴을 대포로 파괴했어요. 그러면 공생은 어렵지요.”

종교 평화와 관련해 스님은 4년여 전 성화한 문선명 총재를 떠올렸다. “최근에는 통일교가 가정연합 운동을 하지요? 그중에서도 부부가 화목해야 한다는 건 바람직합니다. 가정이 붕괴되면 사회가 불안정해집니다. 문 총재가 주례한 합동결혼식도 바로 그런 정신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선가 축복식 때 초대받아 설정스님(수덕사 방장)과 같이 갔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 총재의 초종교, 초인류 활동에 크게 공감했어요.”

특히 스님은 불교계에서 한창 진행 중인 총무원장 선출과 관련해 간결한 해법을 냈다.

“(총무원장을)추대가 좋긴 한데 (지금은)추대가 어려워요. 부득불 간선제나 직선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문제점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직선제는 너무 번거롭고 지금의 간선제도 문제가 있지요. 아마 81명이 참여하는 종회에서 결정하기 어려울 거요. 따라서 간선제로 가되 선거인단을 대폭 늘리는 등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봅니다.”

‘직선제는 주로 비구니계 쪽에서 많이 나온다’는 지적에, 스님은 특유의 여성론을 펼쳐보였다. “시대 흐름을 거역할 수 없지요. 그간 비구니 스님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요. 애초 부처님께서는 여성이 혼자 수행한다는 게 여러 제약이 많았고, 특히 여성 보호장치나 사회적인 불안이 있었던 때라 여성에 책임을 맡기지 못하셨지요. 지금은 여성이 활발히 활동하고, 사회적인 안전장치도 있어요. 당연히 여성의 활동과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스님은 “종교가 다르다 해서 생명을 살육한다든지 생명의 가치를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인간 위에 종교가 있을 순 없어요. 종교를 위해 인간을 외면하는 것은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서 “조계종 호계위원회는 처벌보다는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는 일에 우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굴에서 손수 밥지어 먹으며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법정스님과 어려운 나라에 가서 5000여개의 우물을 파준 송월주 스님을 존경한다고 소개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