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한 ‘한·미 공동 발표문’은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며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임을 명시했다. 키워드는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며, 우리 안보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사드 배치 결정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우리 정부가 우리 영토 안에 전력을 배치할 권리를 미국에 부여한 데 따른 조치다.
박완규 논설위원 |
우리 사회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안보 현안에 무척 둔감하다.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안보에 문젯거리만 생기면 우왕좌왕한다.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없었기에 정부 발표를 접한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더라면 파문이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수립·집행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가 고도의 대응 전략이나 해법을 지녔는지가 관건이다. 중국·러시아와 성주 군민들의 반발은 예상치를 훌쩍 넘고, 민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조차 적잖은 수가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의문이 커진다. 하지만 논란이 번지더라도 안보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데서 벗어나면 안 된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정략론’에서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목적은 조국의 안전과 자유의 유지”라고 했다. “약체의 공화국에 나타나는 가장 나쁜 경향은 무슨 일에나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그런 국가가 내세우는 정책은 어떤 압력에 못 이겨서 하는 수 없이 내놓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우리가 우유부단하게 비쳐서는 안 되는 시기다.
한·미동맹에 근거한 안보 논리로 난관을 돌파하되 배치 시한을 정할 것을 제안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발표 직전 설명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가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한 뒤 국방부와 외교부 등 관련 기관 당국자들이 협력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야 한다. 실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길 바란다. 정부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 진정성을 보이면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때그때 편법과 꼼수로 대처하다간 신뢰를 잃고 나아가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