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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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뤄졌다'…일일 '청소부'가 된 불치병 환자 소년

소년은 쓰레기 수거차량을 좋아했다. 베개와 이불에 수거차량 그림이 있으며, 초록색 수거차량 장난감도 갖고 있었다. 평소에도 동네에 지나다니는 수거차량 보기를 소년은 좋아했다.

소년은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을 앓고 있다. 생후 8주 때 진단받았다.

낭포성 섬유증은 유전자 결함으로 주로 폐와 소화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기관지 안의 점액 분비선에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으로 진하고 끈적끈적한 점액이 생긴다. 기도 폐쇄와 기관지의 만성적 폐쇄 등을 야기한다.

췌장 소화요소 분비를 방해해 소화를 어렵게 하고, 영양분 흡수에도 장애를 일으킨다. 2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사망해 유아성 질병으로 분류되며, 별다른 치료법도 없다.

소년의 꿈은 청소부다. 영화 속 영웅을 실제로 만나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재밌게 노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소년은 언젠가 쓰레기 수거차량을 타고 직접 길거리 청소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소년의 꿈은 그렇게 이뤄졌다. 불치병·난치병 앓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 어 위시((Make-A-Wish Foundation)’ 재단 덕분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에단 딘(6)은 이날 일일 청소부로 변신했다. 소년은 수거차량에 올라 시내 중심가 다섯 군데를 돌며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올 2월, 재단에 방문했던 에단은 “무엇이 되고 싶니?” “누구를 만나고 싶니?” “무엇을 갖고 싶니?” 그리고 “어디에 가고 싶니?” 등의 관계자 질문에 오로지 ‘쓰레기 수거차량’과 관련한 답변만 내놓았다.

당시 에단을 직접 만났던 제니퍼 스톨로 CEO는 “소년은 나중에 자라 청소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건강상태가 안 좋은 탓에 에단은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서기 전, 15분 동안 분무기로 물을 뿌려 호흡했다. 폐에 점액이 생기는 것도 막아야해서 특수장치가 달린 조끼를 입고 20분 정도 가슴을 흔들었다.

에단과 쓰레기를 수거했던 35년 차 베테랑 환경미화원 샘 터먼은 “청소 차량을 좋아하는 아이와 작업을 펼쳐 기쁘다”며 “아이와 있는 동안 울지 않으려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에단이 무사히 수거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는 동안 새크라멘토 길거리에는 소년의 건강을 기원하는 시민들을 비롯, 대럴 스타인버그 시장 당선인과 샘 소머스 경찰국장 등이 나와 응원을 보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메이크 어 위시 재단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