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의원들의 행동을 거론하는 것은 사드의 찬반이나 개인 성향을 문제 삼자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의리의 참뜻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두자는 뜻도 있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
사드 배치에 관해서는 각자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의 호위무사라고 떠들던 집단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대통령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면 국민과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지원사격에 나서야 정상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사드 전자파에 유해성이 없다고 하는데도 그들은 “전자파의 진실을 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에게 배신의 낙인이 찍힌 유 의원은 다른 선택을 했다. “사드 배치는 TK든 어디든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의 친위 세력을 자처하던 자들은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고, 이들에게서 핍박받던 비박계 유 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배신이 무엇이고 의리는 무엇인가. 국어사전을 꺼냈다. ‘배신: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 뜻은 명료했다.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가 바로 배신이라는 것이다. 누가? 배신의 멍에를 뒤집어쓴 유 의원인가, 진박 완장을 찬 TK 의원들인가?
박 대통령은 의리를 매우 중시한다. 후보 시절에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말을 했을 정도다. 이런 대통령이 진박들의 소동을 지켜본 심정은 어떠했을까. 어느 쪽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을까. 박 대통령은 며칠 전 사드 논란과 관련해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진박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일컫는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이런 사자후를 토해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인간도 아닌’ 삼류 정치꾼들이 흉내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TK 진박들은 의리의 참뜻을 유린했다. 의리가 국민을 향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의 명리뿐이었다. 이익을 향해 떼를 지어 다니다 보니 ‘정치 불나방’이 되고 말았다. 뒷골목 똘마니도 그런 의리는 좇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것은 300명의 패거리가 아니라 이순신 같은 단 한 명의 의인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