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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이슈 메이커] "서민 태우는 담뱃값 내려야" 불 지핀 김종인

“세수 급증 알면서 국민 기만… 서민 태우는 담뱃값 내려야” / 화두 던지고 8월 초 휴가 돌입 / 향후 세법 개정 드라이브 포석 / 야권 ‘잠룡’들 만나며 보폭 넓혀
“킹메이커 아닌 판메이커 될 것”
“세수 증대를 위해 담뱃세를 올려놓고서는, 저항을 줄이려고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담뱃세 조정’ 이슈를 꺼내든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2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담뱃세 인상에 대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담뱃세를 인상하여 국민과 약속했던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고 담뱃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서민들이 가장 많이 피우는 담배부터라도 가격을 내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의지를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내가 세금을 전공한 사람”이라며 “담뱃값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지만 다시 흡연율이 원점으로 돌아오니까 세수 확보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정부가) 다 알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상법 개정안 등 경제 분야의 굵직한 이슈를 제기하며 정국을 주도한 김 대표가 담뱃세 조정을 꺼내든 것은 박근혜정부의 ‘서민 증세’를 비판하며 법인세 인상 등 세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더민주의 8·27 전당대회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김 대표의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가 아니라 판을 만드는 ‘판메이커’가 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최근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여권 인사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 구도 짜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로서 정기국회를 잘 치르고 나면 차기 주자가 못 되란 법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근은 통화에서 김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김 대표가 대선으로 가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대선이라는 기차를 타려면 김종인이라는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모여드는 정거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최근 행보에 대해 “우리 당 소속 인사들을 만나 본 것이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만 말했다.

김 대표는 내달 1일부터 강원도에서 휴가를 보낸다. 김 대표는 휴가 계획을 묻는 질문에 “휴가 계획은 책도 보고 쉬기도 하고 할 계획이다. 너무 구체적으로는 묻지 말라”며 웃었다. 김 대표는 전대 이후에는 독일을 방문해 지인과 석학들을 만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대표 측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광폭행보’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사무실 의원회관 404호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몸이 자유로워지시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