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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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다에 양심 버린 공기업의 도덕 불감증 엄벌해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라는 공기업이 수년간 유해물질과 폐유 등을 대량으로 바다에 버려오다 적발됐다. 그것도 몰래 하려고 ‘잠수펌프’까지 설치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존립 근거인 공공의 목적에 반하는 공기업의 도덕 불감증에 기가 찰 따름이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그제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울산화력본부 관계자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환경관리부서 한 직원은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소포제(거품 제거제) 일종인 디메틸폴리실록산 290t을 냉각수 30억t에 섞어 울산 연안에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인체 노출 시 호흡기 자극, 태아의 생식 능력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액체물질로 해양 배출이 금지돼 있다.

발전기술부서 한 직원은 2013년 10월쯤 발전과정에서 생성된 폐유 등 유성혼합물을 바다에 몰래 버리기 위해 유수분리조 안에 잠수펌프(용기에 든 액체 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장치)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성분 분석에 따르면 유수분리조와 잠수펌프에 남아 있던 폐유 섞인 오염수는 동일했다. 유성혼합물은 따로 저장했다가 배출 전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야하는데 그대로 흘려보낸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울산화력본부 측은 디메틸폴리실록산에 대해 “허용농도 등 세부기준이 없어 그동안 모든 발전소에서 소포제로 사용했던 물질”이라며 유해성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잠수펌프는 천재지변 시 유성혼합물이 바다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 안 되는 군색한 변명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울산의 대표 공기업이다. 변명보다 자성하고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마땅하다.

해경은 2013년 이전에 근무한 울산화력본부 다른 직원도 오염수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직원들이 불법행위를 모를 리 없었을 것으로 의심된다. 나아가 다른 해양시설과 업체가 비슷한 수법으로 오염수를 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경이 울산화력본부 임직원은 물론 다른 시설·업체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 건강을 해치는 환경범죄는 뿌리 뽑도록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