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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표시없는 빙과류, 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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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기본적 알 권리" vs "유통기한 설정 무의미" 팽팽
19대 이어 20대 국회에도 관련법 개정 발의…통과될지 관심
 
금융권에 종사하는 김모씨(45)는 동네슈퍼마켓에서 자신과 두 아이가 먹을 빙과류를 자주 구매한다. 하지만 빙과류 제품 겉면엔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지 않아 매번 찜찜한 기분이 든다. 김씨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알 권리 차원에서 빙과류에 유통기한을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빙과류 제품 겉면에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빙과류가 장기간 유통되는 걸 막아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특히 '먹을거리'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건 소비자의 기본적인 알 권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회에 빙과류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반면, 빙과업체들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제조·유통·보관이 이뤄지면 유통기한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빙과류의 변질 및 세균번식은 제조상의 문제가 아닌 적절온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유통과정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빙과류 유통기한 생략 가능…빙과업체·식약처 "변질 우려 없어"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즉 제품의 특성, 보존 및 유통방법 등을 고려해 특정날짜까지는 품질과 위해방지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제품의 특성은 제조방법과 원료배합비율, 보존조건, 포장재질에 따라 달라지며, 실험을 통해 유통기한을 정한다.

식품위생법 제10조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은 빙과류 등의 경우 제조일자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 표시는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제조·가공·소분·수입한 식품이 유통기한 표시대상인 반면, 자연상태의 농·임·수산물, 설탕, 식용얼음, 소포장 껌류 등도 빙과류와 함께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으로 분류된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빙그레, 롯데푸드 등 빙과업체들은 현행 규정만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빙과류가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상태로 제조·유통 관리되면 미생물 번식 등의 가능성은 '제로'라고 강조한다.

국내 빙과업체 A사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빙과 18도 이하로 관리되고 있어 완성품의 위생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간혹 발생하는 제품 변질사고는 유통 과정상의 문제이거나 최종 판매채널에서 냉동고 고장 등의 이유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빙과업체 B 관계자는 "(유통기한을 표시하게 된다면) 유통기한 경과 후 폐기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빙과시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 달갑지 않은 이슈"고 말했다. 빙과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회전율이 낮은 지역 소매상에서는 제조된지 오래된 빙과제품이 간혹 있을 수 있지만, 이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 영업사원이 냉동고 밑부분에 위치한 빙과류를 위로 올리는 등 조처를 자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에서 빙과류 제품의 변질 가능성을 낮추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빙과류에도 유통기한을 반드시 표시하자는 내 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제조·유통·보관 과정에서 영하 18도 이하의 조건만 제대로 지키면 유통기한 설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분 석도 나온다. 사진은 빙과제품이 보관돼 있는 서울 시내 한 유통업체의 냉동고. 이 사진은 특정회사나 특정제품과 관계 없음. 사진=오현승 기자.

전문가들의 분석도 빙과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국 관계자는 "영하 18도 이하의 환경에서 제조·보관된 빙과류에선 미생물이 자랄 수 없다"며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봐도 빙과류엔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영하 18도 이하라는 조건만 잘 지켜진다면 빙과류의 미생물 번식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알 권리 증진' 법개정 움직임…"유통관리가 핵심" 주장도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빙과류 구매에 따른 불안감을 덜기 위해선 제대로된 구매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여러 첨가물이 섞인 빙과제품은 변질 우려가 늘 있다"며 "유통기한 표시는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빙과업체의 의무"라 말했다. 업계의 설명처럼 대부분의 빙과제품이 제조 후 수개월 내에 소비된다면, 유통기한을 1년 정도로 정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차원의 관련법 개정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해영 의원은 지난달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식품의 표시기준을 담은 제10조 1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보건을 위해 필요하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표시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빙과류 식품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면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법령에서 유통기한 표시대상 식품 중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등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의 표시를 생략하도록 하고 있으나 특히, 빙과류 제품의 경우 장기간의 유통으로 변질된 상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빈번해 소비자의 위생과 안전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엔 빙과류에 제조일자도 표시하지 않았던 게 법개정을 통해 개선됐다"며 "외부 의견을 들어보면 빙과류 유통기한은 1년 내외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빙과류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일부개정 법률안`을 19대 국회 때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오른쪽)과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같은 당 김해영 의원.

비슷한 내용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김해영 의원안과 유사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광진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재활용 아이스크림 사건'이 터지며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흐지부지돼버린 것 같다"며 "빙과업계에서 단지 '얼어 있으니 다 (팔아도) 된다'는 주장을 펴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당시 법안 발의 후 빙과업계로부터 업계 상황을 전달하는 수준의 의견 개진이 몇번 있었다"며 "빙과업계에선 재고 처리 등에 부담을 느낀다는 얘기를 전달해왔지만, 이는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의미없는 얘기"라 강조했다.

한편, 유통기한 표시 의무화보다 유통과정에서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게 빙과류 변질예방을 위한 핵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지방 자체가 변질되면 본래의 맛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미국 등에선 유통기한을 정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물, 공기, 설탕, 향, 색소 등이 주 성분인 얼음과자 형태의 빙과류는 살균 후 미생물 증식가능성이 거의 없어 유통기한 설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빙과류에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는 논의보다는 냉동차량 등 유통과정에서 적정온도가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