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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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열대야 뒤척이다 새벽 공사 소음에 ‘화들짝’

기계소리에 잠 설쳐 스트레스 커
법적 규제도 없다니 이해 어려워
무더위 속에 집집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사는데 전등을 켜면 행여 보일까 조심스러울 정도로 서울의 주택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요즘은 밤마다 열대야를 겪다가 새벽녘에 간신히 잠들곤 한다. 방학이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스트레스도 없어서 늦잠은 정말 놓치기 아까울 정도다. 그런데 날마다 새벽 6시쯤만 되면 어김없이 뒷집 빌라건물을 짓는 신축공사장의 기계진동소리에 잠을 깨고 그 스트레스는 조절하기 힘들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골목마다 단독주택들이 없어지고 빌라화되면서 집과 집 사이 경계를 알려주는 담벼락도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남의 집 주차장까지 허락도 받지 않고 침범하기 일쑤다. 2개월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 콘크리트 벽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그 옆집을 부수는 대형 크레인 소리가 시작되고 새벽부터 굉음은 두 배로 커졌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빌라를 서로 나란히 짓고 있는 사람들과 본의 아니게 신경전을 벌이는 이 현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

찢어질 듯한 쇠 자르는 소리 때문에 공사현장 뒷집 아주머니와 아침 7시부터 큰 소리가 오갔다. 아들이 회사에서 새벽녘까지 일하고 겨우 잠들었는데 이럴 순 없다고 소리쳐보지만 인부들은 이미 현장에서 익숙한 듯 “우린 몰라요. 사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니까 직접 그분한테 얘기하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계속 일을 한다.

사장이란 사람을 찾을 수도,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가 없다. 어느 날 책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길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큰 소리쳤더니 결국 사장이 나타났다. 그는 “정당한 허가를 받고 공사를 하고 인부들 하루 일당이 얼마인데 방해를 하냐”며 되레 더 큰소리를 친다.

집과 집 사이 4m 간격의 길을 사이에 두고 아무 말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업체도 문제지만 관할 구청의 행정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 속에 가만히 있어도 짜증나는 판에 동네 한가운데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공사현장을 감내해야 하는 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

창문 너머 지금도 인부들이 큰 소리치며 망치소리, 세면바닥 뚫는 소리, 콘크리트 칠 준비로 종일 쇠끼리 마주치는 소리 등으로 인한 고통을 참아야만 한다. 소음공해 속에 공사가 진행되는데도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적어도 반경 몇m까지는 주위 허락을 받아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