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중국과 5000년 동안 이웃으로 살아왔고, 미국과는 150년 이상의 외교관계와 60년 넘게 동맹국으로 지내왔는데 우리의 외교는 아직도 이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교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의 분란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흔히 오늘의 동북아관계는 강대국의 각축장이었던 구한말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미·중은 물론 일·러 등 강대국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략 부족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주변국가 중 동북아관계에 대해 우리와 인식을 공유하는 나라는 없다. 오늘날 중국은 쇠약한 청나라가 아니고, 미국은 제국주의의 후발주자가 아닌 세계 패권국가이며, 일본은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외교 목표, 국익을 다시 점검해 보고 정책과 전략을 보다 철저하게 마련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언론지상을 통해서 드러난 미국과 중국의 일부분을 보고 그들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미·중 양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그 국익을 평화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충돌은 서로 최대한 피해왔다. 6·25전쟁에 개입한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체제에서 완전 고립돼 20년 이상 ‘죽(竹)의 장막’ 시기를 겪으면서도 미국과 대사급 회담이라는 외교적 소통 채널을 유지했고, 이것은 훗날 양국의 전략적 소통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외교적 소통도 못하면서 전략 대화 채널만 만들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다음으로, 외교·안보는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임을 다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유학한 경험과 오랜 연구로 그들 나라를 잘 안다면 그 나라를 설득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해당 나라의 눈치를 보아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직무유기다. 전문가로서 대내적으로는 충정 어린 지혜와 혜안을 제공하고, 대외적으로는 외교적 설득에 나서 국가 이익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안보 문제로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 당국은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납득시켜 올바른 정책 및 전략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로써 국민 모두가 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안보 영역에서 우리의 자주적 생존이 보장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