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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바람도… 산만한 환경도… 막을 수 없는‘금빛 활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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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 단체전 8연패 저력은
세계양궁연맹(WA)은 2014년 4월부터 국제경기 단체전에서 세트제를 도입했다. 3명이 4세트를 치르며 한 선수가 세트당 2발씩 총 6발을 쏘는 방식이다. 세트당 승·무·패를 따져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부여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까지는 누적제가 적용돼 기복이 작은 한국 선수들이 초반에 기세를 잡으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세트제에서는 세트마다 점수를 새로 집계하기에 한국 선수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다. 

양궁 여자 단체전이 열린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한국의 장혜진, 최미선, 기보배(위쪽 사진부터)가 금빛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꺾고 올림픽 8연패라는 위업을 이뤘다.
리우데자네이루=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놓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올림픽에서 독주체제를 굳힌 한국 양궁을 막으려는 온갖 견제가 있지만 태극 궁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연습 또 연습에 매달렸다.

8일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 러시아와의 결승전이 펼쳐질 시간이 되자 바람은 초당 1.5m까지 세차게 불었다. 북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서쪽에서 불더니 몇 분 사이 동쪽에서 불어닥쳤다. 결승전에 맞춰 록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장내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그러나 새 제도와 바람, 산만한 환경까지 그 어떤 변수도 태극 궁사들의 금메달 사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한 발을 쏘고 돌아올 때마다 손을 꽉 잡으며 서로 응원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마침내 올림픽 8연패라는 결실을 맺었다.

두 팀이 번갈아 60초 이내에 3발씩 쏘는 단체전은 개인기량뿐 아니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출전 선수의 특징에 따라 선수 3명이 쏘는 순서가 승부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개성이 뚜렷한 3명이 뭉쳐 최고의 팀플레이를 보여줬다.

리우 올림픽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최미선(왼쪽부터), 기보배, 장혜진이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첫 주자로 나선 장혜진(29·LH)은 늦깎이 대표선수다. 그는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4위를 기록해 올림픽 출전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지난 4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3위로 리우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인 그는 여자 대표팀 최연장자로서 주장을 맡았다. 대표팀은 첫 주자로 나선 장혜진이 부는 바람의 특징을 후발 주자에게 전하면 이 정보와 풍향계 등을 토대로 과녁을 조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두 번째 주자 최미선(20·광주여대)은 막내지만 세계랭킹 1위다. 특히 자세를 잡고 활을 쏘는 타이밍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최미선의 빠른 타이밍은 상대적으로 조준을 길게 하는 기보배에게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다. 마지막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4년 전 런던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베테랑이다. 국제 경험에서 잔뼈가 굵어 각종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가장 부담이 큰 마지막 주자이지만 기보배는 경험으로 이를 극복했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은 “혜진이는 성격이 쾌활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준다. 보배는 경험이 많아서 마지막 주자로 골랐다. 미선이는 세계 1위이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데다 경험이 부족해 중간 역할을 시켰다”며 “그게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혜진이가 첫 주자로 실수 없이 10점을 쏘니 미선이나 보배가 부담 없이 따라와줬다”고 설명했다.

기보배는 “그토록 바라고 원하던 8연패를 달성해서 기쁘다. 선수들과 많은 지도자분들, 임원들이 모두 함께 노력했기 때문에 값진 금메달을 따낸 것 같다.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뿌듯해했다.

리우데자네이루=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