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중국을 유심히 지켜봤다. 정치 리더십은 안정됐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등 국가발전 전략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박근혜정부도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둘러 체결하고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주요국 정상들이 외면한 중국 전승절 행사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
중국은 대국답지 않다. 경제력은 세계 2위지만 외교나 언론은 뒤처진다. 그들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중화권 조공관계에 있는 한낱 번국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가. 중국은 사드 배치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어떻게 훼손하는지를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사드 배치 주체가 주한미군인데도 미국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한국의 안보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위축돼선 안 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실속없이 떠드는 말에 겁낼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나라 말기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는 1910년 ‘국풍보(國風報)’에 게재한 글 ‘조선 멸망의 원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조선 사람은 화를 잘 내고 일을 만들기를 좋아한다. 한번 모욕을 당하면 곧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난다. 그러나 그 성냄은 얼마 안 가서 그치고 만다. 한번 그치면 곧 이미 죽은 뱀처럼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중국은 우리를 ‘죽은 뱀’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거칠게 반응하는 중국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 국제정치학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중국은 오랜 기간 세계적 지배국가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 이유를 알 듯하다. 애초에 G2라는 말은 신기루였던 게 아닐까. 한때 우리 눈을 현혹하다가 사라져버린.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