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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새로운 해양오염 대두
17일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두 가지 경로를 거쳐 만들어진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치약이나 세정제, 스크럽제 등의 생활용품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사용된다. 이를 1차 미세 플라스틱 혹은 마이크로비즈(microbeeds·작은 알갱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1차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제품을 쓰고 나면 이는 하수관을 타고 강과 바다로 흘러간다.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잘 걸러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바다로 간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이후 플랑크톤은 먹이사슬 관계에 따라 해양생물에 잡혀 먹히고 이 단계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생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된다.
가볍고 잘 썩지 않는다는 이유로 1950년대 이후 세계에서 사용량이 폭증한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작은 플라스틱 자체의 독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위험성을 경고한 연구는 많다. 해양 조류의 플라스틱 오염 관련 독일에서 발표된 연구논문을 보면 1962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135종의 바닷새 가운데 59%인 80종의 새가 플라스틱을 섭취했다. 북해의 양식 홍합과 대서양의 양식 굴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심해에 사는 황새치,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바닷가재 등 다양한 해양동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이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물리적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장폐색과 식습관의 변화, 에너지 할당 감소, 성장과 번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 미세 플라스틱이 독성 화학물질에 붙어 이를 그대로 전달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같은 석유화합물질로 만들어진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유출된 오염물질과 흡착해 새로운 환경오염물질이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는 미세 플라스틱의 위해성을 인식하고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연방차원의 규제법인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마이크로비즈는 치약, 보디워시, 스크럽제, 각질제거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말한다. 150㎖ 용량의 제품에 많게는 280만 개의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가 있다.
◆정부, 관련 규제는커녕 실태파악도 못해
국제사회가 미세 플라스틱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할 부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에 국내 미세 플라스틱 규제 현황 등을 질의한 결과 “현재 미세 플라스틱을 담당하는 부서는 없으며 유해성이나 외국의 입법 사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최근 잇따른 환경화학물질 사고 속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