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사문제에서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국면전환용이나 정국돌파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각은 항상 박 대통령 국정운영 타임 테이블에 맞춰 단행됐다. 그러다 보니 여론에 호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개각 폭이나 시기가 민심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 |
매사를 꼼꼼하게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박 대통령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개각 때마다 수십 번을 곱씹어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타이밍을 저울질했을 법하다. ‘내가 쓸 사람을 내가 뽑는다’는 원칙이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최고 통치권자의 인사나 개각도 결국은 정치행위에 속한다. 개각이나 인적쇄신을 통해 민심에 호응하고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인사는 절반의 실패에 가깝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화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필요할 때에 적절한 조치를 해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개각도 정치의 부분이다. 개각이나 인사가 여론에 주는 효과와 파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부실한 감찰 결과를 놓고 볼 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혼란과 갈등은 결국 정부와 박 대통령의 부담이 될 뿐이다. 또 검찰이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해도 누가 곧이곧대로 수사 결과를 믿겠는가.
이미 언론과 청와대가 힘겨루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 전쟁의 끝은 승자 없는 패자만이 남을 공산이 크다. 집권 4년차 후반기, 국정동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우려해야 하는 시기다. 우 수석 논란을 조기에 정리하지 못한 채 국정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