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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미학 왜곡복제한 한국사회 풍경… 권민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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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한 세상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술가는 예술가의 명찰을 단 채 그저 기생하라는 시스템의 명령을 거슬러, 혼자 세계와 대면하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의 형상을 그려낼 수 있는가. 

작업중인 권민호 작가의 모습.
권민호는 이에 답하려 분투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로테스크하면서 기계 구조적인, 얼마간 오싹한, 치밀하고 세련된 연필 선과 흰 여백의 조화, 강렬한 사회성을 담고 있지만,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프로파간다에 질문하는, 배제된 존재들에 대한 연민, 좀더 품위 있는 세상에 대한 강렬한 열망, 그리고 예민한 자의식과 성찰의 흔적이 드러나 보인다.

코너아트스페이스는 드로잉과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션과 순수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권민호의 개인전을 27일부터 9월13일까지 개최한다.

권민호는 한국 근·현대 산업화의 시각적 산물들을 설계도면의 형식을 빌려와 반투명의 기름종이 위에 연필과 목탄으로 드로잉을 하고, 동영상을 이용하여 드로잉에 동작을 담는다. 그는 특정 장소가 갖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더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나간다. 서구의 미학을 왜곡해서 복제하는 한국 현대 사회의 풍경을 작품에 담는 것이다. 
권 작가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와 왕립예술대학원(RCA)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런던 Factum-Arte, Bompas & Parr, Jotta studio, RA 등과 일했고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마골2호를 시작했다. 저우드 드로잉 프라이즈, V&A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 런던 디자인 페스트발 서스테인 RCA 등에서 수상했다. 

권민호 작가 개인전 포스터.
작가는 작업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서양의 ‘원본’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된 복제품’인 우리의 풍경은, 이제 우리만의 새로운 미감이 되어 있다. 서양의 시선에서 ‘잘못됨'으로 인식됐던 우리의 현재는 사실 서양이 가질 수 없는 매력적인 팔레트다. 서울에 위치한 간판으로 뒤덮인 5층짜리 상가건물이 유럽의 어느 현대 미술관 메인홀에서 전시된다면, 평소 그 미감을 경멸했던 우리는 그 앞에 서서 ’잘못된’ 아름다움을 최선을 다해 찾을 것이다. .... 우리의 주변 풍경이 내재하는 특별한 힘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 발견은, 작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는, 각자의 팔레트를 손에 쥐고 근대적 가치가 바탕이 된 땀내 나는 노동의 과정으로 걸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감각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성을 존중하고 결심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지루하고 힘든 노력이 필요하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