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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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진화하는 음란물… SNS업체들 ‘몸살’

선정성·명예훼손 논란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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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패치, 한남패치 등이 유행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이 선정성과 명예훼손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메신저에 유포된 음란물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며 해당 회사대표가 기소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강남패치 등에 등장한 일반인들의 피해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음란물 등 불법 콘텐츠의 유포 수법은 날로 교활해지는 반면 관련 법과 제도는 허술해 SNS업체들은 음란물과의 싸움과 사생활 침해 논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4일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과 남성을 폭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강남패치’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강남패치 관련 고소 건수만 이날 현재 7건으로 확인됐다. 인스타그램 측은 해당 계정을 폐쇄했지만, 삽시간에 퍼진 강남패치는 불사조처럼 다른 계정을 통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SNS와 포털에 음란물이 많이 올라오는 추세인데, 해외 IP는 한국 사법권이 미치는 대상이 아니라며 협조를 거부해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스타그램 본사 담당자가 방한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니키 잭슨 콜라코 인스타그램 정책부문 총괄은 이날 서울 강남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서 ‘청정 인스타그램 만들기’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예훼손이나 개인에 대한 공격 등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이 뒤늦게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힌 것은 음란물 이슈가 SNS와 포털업체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2007년 야후코리아는 음란 UCC가 8시간이나 노출된 사건으로 인해 간판 동영상 서비스인 ‘야미’를 전격 폐쇄했고 그 여파로 점유율 하락, 인터넷사업 전략 수정 등의 후폭풍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후 국내 포털들은 유해·음란 게시물을 365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클린센터 운영,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음란물 제작과 유포 수법의 진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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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같은 경우 원본 데이터에 고유 식별자를 부여하고 ‘포토 DNA’ 기능을 활용해 유사 영상을 찾아내 차단할 수 있지만, 개인이 찍은 영상물은 비교할 원본이 없어 관리자가 일일이 보고 음란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설사 비교할 원본이 있더라도 음란물을 보유하면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그룹처럼 지인들끼리만 이용하는 폐쇄형 공간에 올라오는 음란물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이 대화방을 들여다봐야 해서 사생활 침해 위험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그룹에 유포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적절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최근 담당 재판부가 아청법 17조 1항이 ‘통신 비밀을 침해하고, 표현 및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완 교수는 “외국 IT업체들은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협조요청을 하는 한편 서버가 있는 해외 국가들과 사이버범죄 관련 조약을 체결해 우리 사법당국의 수사권이 미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유럽 사이버범죄 조약에 50여 개국이 가입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수미·김승환·정지혜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