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은 쉽게 말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간염 환자의 약 70%는 B형 간염 환자다. 반면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전 국민의 약 1%로 추정된다. 그러나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전체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0∼15%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만큼 발생률이 높지는 않지만 B형 간염처럼 감염된 혈액에 직접적으로 접촉했을 때 생긴다. 혈액이나 체액 속의 C형 간염 바이러스(HCV)가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된다. 과거에는 수혈 과정에서 C형 간염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맥주사 약물 남용, 성적접촉, 면도기, 칫솔 등을 환자와 같이 사용하는 경우, 비위생적인 문신, 피어싱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유수유나 식사, 입맞춤 등 일상적 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다만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아직 없기에 감염을 막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C형 간염은 대부분 감염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지만 몇몇 환자들은 피로감, 열감, 근육통, 소화불량, 황달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C형 간염 환자는 검사를 받기 전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20∼30년이 지나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발전한 뒤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지속적인 치료제에 관한 연구로 현재는 C형 간염의 완치율은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나 진단시기에 따라 치료 경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C형 간염 역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형준 대한간학회 보험이사는 “C형 간염은 검진을 통해 감염자를 치료하고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게 충분히 가능해진 상태”라며 “1년에 1회와 같은 주기적인 검진은 힘들겠지만, 일정 연령 이상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의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간질환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복부 초음파 검사나 간 조직 검사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잇몸을 훑어 진단 여부를 판단하는 자가 진단키트도 개발된 상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치료제는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과 경구약제인 리바비린이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1년간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만큼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의 검사도 필수다. 가족 중에 C형 간염 환자가 있다면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생활도구들은 따로 써야 한다. 아직 예방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감염요인을 미리 차단하고, 철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C형 간염 환자에게 술은 ‘독’이다. 음주가 간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담배 역시 같은 이유로 끊는 것이 좋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간에 좋다고 알려진 민간요법 및 생약제 등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어 있지 않고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간경변증 혹은 간암이 발생하였는지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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