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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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하면 수당 주는 이상한 회사 "야근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혁신을 실현한 나카이도 사장.
‘근무시간은 줄이면서 수익을 높인다’는 꿈같은 얘기가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일본 IT기업이 닛케이비즈니스, NHK 등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활기 넘치는 업무방식의 실현’을 기업의 전략 과제로 삼으며 우량 중견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SCSK. 사장 나카이도 노부히데는 “건강경영이란 이념을 목표로 야근시간을 크게 줄였지만 수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2015년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비교해 1.1% 상승한 9.4%를 기록. 이런 상승세는 야근을 없애다시피 한 2010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야근이 당연하고 일상처럼 받아들여지는 IT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야근을 하루 30분 이내로 줄여 직원 대부분이 정시에 퇴근하는 근무환경을 실현했다.

나카이도 사장이 건강경영을 이념으로 삼는 것은 부임 후 직원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다. 그는 “직원들이 커피숍 등에서 쪽잠을 자고 출근하는가 하면 한 직원은 침낭을 들고 와 사무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며 “이것이 IT기업의 실태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정비하지 않고서야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야근이 가정문제를 일으키고 개인의 건강을 악화하는 등 회사는 제대로 된 근무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나카이도 사장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구내식당을 시작으로 약국, 화장실 증설 등 환경적인 부분과 금연 캠페인을 실시. 2012년부터 야근이 많은 32개 부서에 야근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지시해 첫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거리가 몰리면서 야근이 증가하는 등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야근이 일상화된 지난날에는 “야근수당이 수입에 보탬”이 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과 대출에 큰돈이 들어가는 등 생활이 어려운데 수입이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 사장이 ‘야근은 악(惡)이다. 빨리 퇴근하라’고 말하면, 직원들은 ‘일찍 퇴근하면 수입이 준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야근만 줄이고는 실적을 올리라고 부담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카이도 사장은 정시퇴근하면 야근수당을 주는 전례 없는 시스템을 도입. 야근을 20시간 이내로 줄이면 30시간분의 초과 근무수당을 보너스로 주며 “소득이 줄 걱정 때문에 야근하지 말라.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겨라. 작업 방식은 직원이 스스로 생각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동기를 부여했다.

그 결과 앞서 언급했듯 직원 대부분이 정시퇴근을 하면서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드라마 같은 성과가 나왔다.
야근이 줄어들수록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사진= NHK방송화면 캡처)
기업 담당자가 정시퇴근하면 야근수당을 주는 회사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NHK방송화면 캡처)
직원들이 고안해 낸 효율적인 근무환경(일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협동해 일한다. 이에 전 직원이 정시퇴근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 NHK방송화면 캡처)
나카이도 사장은 “동기를 부여하니 부장도 과장도 말단 사원도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일한다”며 “경영자가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면 모두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는 직원들이 스스로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야근수당을 줄여 회사가 굉장히 성장할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원건강이 회사의 재원이라고 믿기 때문에 비용을 직원에게 돌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카이도 사장은 “효율적인 업무 방식과 개선 없이 야근은 줄지 않는다”며 “이는 모든 업계가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닛케이비즈니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