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 워런 버핏은 다르다. “내가 번 것 중에 아주 많은 부분은 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이전 세대나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일하기 좋았던 여건을 그는 주목한다. 자신이 미국에서 1700년에 태어났더라면, 혹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더라면 결코 그런 성취를 거둘 수 없었으리라고 말한다. 또 미국의 진보적 정치경제학자 가 알페로비츠와 공공정책 연구가인 루 데일리가 공저한 ‘독식비판’에서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아들이 언젠가 남길 유산에 대한 과세를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얻게 되는 산물이다. 이곳에서는 교육과 연구에 보조금이 지급되고, 질서정연한 시장이 있으며 또 사적 부문이 공공투자 덕분에 엄청난 이득을 거두고 있다. 누군가가 실질적인 공공투자의 혜택을 입지 않고도 미국에서 부유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오만이다.”
오늘날 경제성장의 원천은 지식인데, 모든 지식은 사회 속에서 축적된다. 축적된 지식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기술 진보와 새로운 지식 생산이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투자자는 공공 부문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지식의 응용을 통해 새로운 발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식을 저장하거나 증폭하는 사회적 장치 내지 능력이 크게 신장됐다. 이렇게 지식과 기술은 사회의 공동 축적물인데, 그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소수에게 편중된 것은 문제다 라고 해 그 소수들에게, 그대 공짜 점심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라며 묻고 싶어한다.
알페로비츠와 데일리는 “개혁을 위해 가장 분명하게 포함시켜야 할 영역은 상위 1~2퍼센트에 대한 소득 과세 증가, 현행 사회보장세의 상한액 인상, 법인세 증액, 그리고 대규모 토지에 대한 상속세 인상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사적으로 상속되는 일은 자신이 기여해 번 것에 대해서만 응분의 권리 자격을 가진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경제 정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제다. 우리도 사려 깊게 그러나 실천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여서, 책을 덮는 마음이 무겁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