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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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정권 바뀌면 물러나는 게 도리”

경찰청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임기와 정년 ‘꼬인 매듭’ 언급/“마음빚 갚는 심정으로 일할 것”
이철성(사진) 경찰청장이 박근혜정부의 ‘순장조’ 역할을 자청했다.

이 청장은 2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바뀌면 (청장 직에서) 내려가는 게 도리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한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1년6개월가량 남은 박근혜정부 임기까지만 역할을 수행하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자신의 임기와 정년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법상 이 청장 임기는 2018년 8월23일 만료되지만 1958년생인 그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두 달 전인 2018년 6월 말 정년을 맞게 된다. 그는 “법적으로 불비한 점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다만 법 개정을 하더라도 저는 해당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2018년 2월25일을 전후해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의 임기와 정년 간 ‘꼬인 매듭’을 스스로 풀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음주사고·신분은폐’ 논란으로 야권 등의 사퇴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현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치안총수의 임기 보장 문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대다수 청장이 임기 도중 바뀌는 양상이 되풀이되면서 경찰이 과도하게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경찰청장 등의 법정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3년 취임 한 달도 안 돼 당시 김기용 청장을 교체한 바 있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모두 채운 청장은 이택순·강신명 두 명뿐이다.

이 청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한 것”이라며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시행 한 달가량 남은 ‘부청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해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수사 매뉴얼 초안을 만들었으며 9월8일까지 보완작업을 마무리해 시행에 착오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 공권력 남용 논란이 안 생기도록 원칙적으로 실명 서면 신고만 접수하고, 112나 전화 신고에 따른 출동은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을 때에만 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