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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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자비로 분노 없는 세상 열어야”

불교평론 ‘한국사회와 분노’ 심포지엄
대한불교조계종이 발행하는 학술계간지 ‘불교평론’이 지난 26일 사회적 폐해로 떠오른 분노에 관한 분석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 사회와 분노 그리고 불교’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분노의 치유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내놓으면서 종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는 ‘분노의 불교사회학적 이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사회의 경우 현대 자본주의적 속물주의가 전통적 권위주의 문화와 결합하면서 국민 대다수를 화병 환자 내지는 갑질의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면서 “불교인들은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는 세속 사회의 작동 방식을 비판하고, 적극적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혜숙 금강대 응용불교학과 객원교수는 연기법(緣起法)의 관점에서 불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구조적 폭력과 분노, 그 불교적 대응’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진리로 가르치는 불교계가 사회적으로 차고 넘치는 고통을 앞장서서 파악하고 고통의 해소 방안도 이미 궁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여러 가지 고통을 앓고 있는 개개인들을 미시적으로 살필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지역사회 이웃에 이르기까지 시야를 넓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개인적·사회적 분노와 치유의 길’이란 발표를 통해 “지혜로 분노의 원인을 성찰하고 자비로 분노 없는 세상을 열어야 한다”면서 “마음속에 분노가 일 때 명상으로 실상과 원인을 직시하고, 적극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우성 경희대 교수는 ‘붓다는 의분(義憤)을 어떻게 보았는가’라는 주제발표에서 “달라이라마에 따르면 화가 난 경우 상대의 잘못이라고 우기는 것의 90%는 우리가 투사한 것이라고 했다. 민족주의에 애(愛) 불애(不愛)의 감정이 있는 한 역사 서술이든 정의의 기억이든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