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개념에 입각하여 중국 중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1708년 사신으로 북경에 간 최석정이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를 가져오면서 이러한 전통적 세계관이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1602년 마테오리치가 목판으로 간행한 이 지도를 보고 숙종은 최고의 화가와 지도 전문가를 동원해 ‘조선식’ 초고본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어람본도 제작했다. 초고본(보물 제849호)은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고 남양주 봉선사에 있던 어람본(사진)은 소실되어 흑백사진만 전해지고 있으나 2011년 실학박물관에서 복원 제작한 바 있다.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진행 중인 ‘4차 혁명’의 성패 여부는 우리의 의식 변화에 있다는 점을 집경당에 서서 곤여만국전도를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황정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