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남 지음/쌤앤파커스/1만5000원 |
입적한 지 올해로 6년째인 법정 스님의 삶과 구도 여정을 소설로 그려낸 책이다. ‘소설 법정’에는 법정의 시 12편, 불교설화 7편, 칼럼 4편이 실려 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산중 수행자의 고독한 내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에는 1963∼1968년 6년여간 불교신문에 ‘소소산인(笑笑山人)’ 필명과 ‘법정’이란 법명으로 기고한 글들이 실렸다. 예컨대 1965년 발표한 시 ‘식탁유감’, ‘쾌청’과 1968년에 쓴 ‘봄밤에’ 등은 스님의 치열한 구도 여정의 젊은날을 읽을 수 있다.
다음은 시 ‘봄밤에’ 중 일부이다.
“내 안에서도/ 움이 트는 것일까 / 몸은 욕계에 있는데 / 마음은 저 높이 무색계천 / 아득히 멀어버린 / 강 건너 목소리들이 / 어쩌자고 또 / 들려오는 것일까/ (중략) / 나도 이만한 거리에서 / 이러한 모습으로 / 한 천년 무심한 / 바위라도 되고 싶어.”
몸은 속세에 묶여 있지만 정신은 해탈을 바라는 고통스러운 심경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새로 소개된 작품 14편에는 조명받지 않았던 무명 시절 법정의 초기작으로, 젊은 수행자의 솔직한 내면세계가 담겨 있다. 입적 당시에도 당신의 책을 절대로 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꼿꼿했던 법정의 면모가 드러난다.
‘영혼이 영글 무렵’ ‘무소유의 길’ ‘불 속의 꽃이 되어’ 등 3개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스님을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그를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그분은 일상이 바로 선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말과 글과 삶이 하나로 일치했던 사람, 글보다 삶의 모습이 더 아름다웠던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소개했다.
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드러냈던 스님은 칼럼에서는 불교계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곤 했다. 1964년 세 차례에 걸쳐 쓴 ‘부처님 전상서’가 그중 하나다. 스님은 당시 칼럼에서 “종교인들이 중생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면서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종교가 무엇인지, 혼미한 오늘의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어떠한 사명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당시 만연했던 조계종 내 스님들 간 계파 대결을 비판한 글들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