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기 지음/갈무리/1만9000원 |
반민특위는 일제에 협조해 반민족행위를 한 자를 조사하기 위해 1948년 10월 22일 설치되어 이듬해 6월까지 활동했으나 친일파 청산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친일파들에게 적어도 합법적인 공간에서 면죄부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 ‘암살’은 이 역사적 사실을 염석진(이정재 분)에 대한 조사와 재판을 통해 그대로 재현한다. 석방된 염석진은 경찰 간부들의 호위 속에 법정을 빠져나와 대로를 활보한다. 하지만 영화는 염석진 암살이라는 허구를 통해 사실 재현을 넘어 대중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암살은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고 진정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점에서는 정당한 청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염석진으로 대표되는) 파시즘적 보수가 권력을 유지하지만, 영화에서 이들이 처단됨으로써 과거 극복의 청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책은 영화의 이 부분을 과거의 극복, 미래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암살이라고 본다.
1000만 관객 영화를 통해 한국의 정치문화를 분석한 책이다. 암살을 비롯해 ‘변호인’, ‘국제시장’, ‘베테랑’ 등의 흥행을 ‘문화적 사건’으로 보고 “정치적인 것을 재현하고 표현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평가하며 이런 영화들이 대체로 권력과 관련되는 내용, 사회 부조리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