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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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농가주택은 단열에 취약 … 보온재 덧대 열손실 막아야

[귀농인 이환의가 쓰는 농부이반의 초록일기] <7> 헌집 수리 어떻게 할까
‘농부는 반목수가 돼야 한다’는 말처럼 시골에 살게 되면 필요한 장비와 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은 하우스라도 하나 지으려면 줄자와 절단기, 해머드릴, 충전드릴과 망치, 펜치 등 기본 공구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축사가 있다면 용접기와 그라인더 외에 파이프렌치 따위의 배관용 공구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오만가지 공구와 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기술이 있어야 시골살이가 편안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때마다 기술자를 불러야 하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갖추고 배워야 할 것들이라면 그럴 기회가 됐을 때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헌 집 고치기다. 베테랑 목수의 작품처럼 마무리가 반듯하고 깔끔하지 않으면 어떤가? 오히려 소재나 공간 기획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힘은 좀 들지만 신이 나는 일이다. 누구에게 명령을 받거나 보고를 하지 않아도 좋은 시골살이의 참맛을 느낄 다시 없는 기회다. 도시에서 망치질 한 번 해본 적이 없어도 고민할 게 없다. 자르고 잇고 붙이고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절로 요령이 생긴다. 

단열을 위해 벽체에 볏짚(스트로베일)을 넣고 흙으로 미장 중이다.
#어디를 어떻게 손대야 하나?

흔히 헌 집은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집을 짓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었다며 하소연을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수리 범위와 위탁 여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면 역시 소유냐 임대냐에 따라 수리 범위와 자재의 품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임대 시에는 집주인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고치는 게 낫다. 큰 돈을 투자해 고칠 경우 집주인의 마음이 변하면 회수가 어려운 게 시골이다. 계약 조항보다 앞서는 것이 시골의 습속이요 관례다.

그러니 남의 집이라면 입식 주방, 수세식 화장실과 욕실, 농산물 보관창고, 공구·농기구실 등 필요한 시설만 새로 들이거나 손을 보자. 재료도 재활용품을 이용하거나 중저가품으로 주거공간에 투입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 시·군마다 중고 문짝이나 창문, 보일러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으니 찾아가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살기는 편리하게 하되 직접 고쳐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임대 농가 수리의 핵심 포인트다.

임대 농가를 수리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구체적인 수리 범위와 이사할 때 설치 시설의 이전 여부가 그것이다. 집주인에 따라서는 합의하지 않은 수리 범위 때문에 임차인과 갈등을 빚는 일이 가끔 있다. 요컨대 ‘왜 허락 없이 마음대로 뜯어고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주인과 같이 집 안팎을 둘러보며 고칠 범위에 대해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한다. 수리 도중에 변경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빈 집을 산 경우라면 아마도 수리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비용 절감보다는 안락함과 완성도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소재 또한 중급 이상의 친환경재를 기본으로 하고 내구성이 좋은 것들을 선택한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가족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 수리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공간 기획도 함께 한다. 한 예로 문의 손잡이를 시판 제품이 아닌 자연소재를 이용하자는 안이 채택되면 미리미리 나뭇가지를 구해 껍질을 벗기고 말려 필요한 시점에 적용하는 것이다.

요즘 추세대로 태양광발전 패널이나 태양열온수기 등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있다면 애초 설계에 반영하여 뒤에 구조재를 별도로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피한다. 그외 오래도록 꿈꿨던 것을 실현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벽난로를 설치하고 싶었다면 보일러를 겸한 제품도 이미 시중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라. 나무보일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통의 폐열을 아궁이를 거쳐 나가게 하는 방법도 있다. 

천장을 높이기 위해 반자를 뜯고 얼개를 새로 짰다.
#농가 수리의 키워드는 단열과 확장이다

임대든 소유든 집 수리의 공통점은 단열 보강과 공간 확장, 자연 소재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꾸미는 일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농가 주택은 두께 10센티미터 안팎의 심벽집(기둥 사이에 나뭇가지나 수수대로 외를 엮은 뒤 흙미장으로 마감한 집)으로 벽이 얇고 문과 창에 틈새가 많아 단열에 취약하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천장과 벽 전체에 단열재를 덧대 난방열이 허비되지 않도록 열손실을 막아야 한다. 온수 파이프를 다시 깔게 될 경우에는 바닥도 마찬가지다.

수리 범위에 따라 이중벽 쌓기, 보온재 덧대기, 드라이비트 시공 등 집의 형태에 맞게 보강을 해준다. 이때 양수기함과 보일러실도 함께 손을 봐서 혹한기에 동파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아직도 시골에는 얇은 함석이나 보온덮개로 만든 천막 형태의 보일러실이 눈에 띈다. 보일러실 벽뿐만 아니라 분배기에 연결된 온수 파이프도 적절한 보온재로 감싸줘야 새는 열기를 지켜낼 수 있다.

다음으로 신경써야 할 일은 보다 너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충남을 기준으로 전통적인 농가는 아궁이 부엌과 정사각형에 가까운 작은 방 두세 개로 구성된다. 그리고 대개 천장이 낮아 키 큰 장롱이나 가구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도 매우 좁은 편이어서 가구나 TV, 컴퓨터를 들여놓으면 겨우 잠자리 정도만 남는 경우도 흔하다. 도시의 넓은 거실에 익숙해진 터라 답답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해결책은 아래 웃방을 트거나 아파트 베란다를 이용해 거실을 확장하듯 마루까지 방을 넓히는 것이다.

이때 천장 반자 일부를 살짝 뜯어 안쪽의 상태가 좋으면 전체를 철거한다. 맞배지붕의 구조상 천장만 뜯어내면 장롱을 넣을 수도 있고, 서까래가 드러나면 흙과 나무가 조화된 심벽집의 멋스러움이 되살아날 것이다. 여기에 전통문양을 살린 전등을 몇 개 달아주면 별다른 인테리어가 필요치 않다. 

실내 배관작업. 해머드릴과 그라인더, 파이프커터가 필요하다.
#집이 49%라면 창고가 51%

시골에서 농부로 살다 보면 집보다도 창고가 더 절실한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의 바깥 살림살이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수납공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경험에 근거해 나름대로 수납공간이 필요한 순서를 정한다면 농산물 저장고>농자재 창고>공구·농기구 창고>농기계고>차고>그외 비가림 공간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좌우간 시골에서는 비를 맞지 않는 공간이 많을수록 좋다. 하다못해 마당에 널어놓은 콩대 따위를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젖지 않게 하려면 포장째 끌어들일 곳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집을 고칠 때 자재를 같이 구입해 창고나 헛간까지 한꺼번에 손을 보는 것이 좋다. 수납하기 불편한 시렁 대신 다단 선반을 설치하고 문이 없는 중고 수납장 몇개만 들여놔도 공구나 농자재의 수납 효율이 크게 좋아진다. 농가 살림이란 게 어떤 때는 공구실에 하루에 열 번도 더 들락거리게 된다

우리집은 아예 전용 공구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콤프레서, 용접기, 원형톱, 그라인더, 엔진톱, 충전드릴, 해머드릴, 고속절단기, 파이프렌치, 스패너 등등 시골살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갖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귀농 선후배들의 집도 비슷하다. 대형 해머드릴이나 체인렌치 등 사용 빈도가 적은 공구나 값비싼 공구들은 아예 목록을 만들어 필요한 이들이 빌릴 수 있도록 온라인 카페에 올려놓기도 했다.

집의 구조상 비가림 공간이 부족하면 차양을 길게 덧대어 달아내거나 비닐하우스를 지어도 무방하다. 단 창고용 하우스는 보관하는 물품들이 햇볕에 손상되지 않게 차광막이나 보온덮개로 덮고 비닐을 한 번 더 씌우면 강풍이나 많은 눈에도 안심이다. 이중비닐이면 최소 4∼5년은 끄떡없다.

#집수리는 배수로 정비와 조경으로 완성

집을 손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 배수로 정비다. 시골집, 특히 재래식 부엌과 아궁이가 남아 있는 집은 장마철에 습할뿐더러 바닥에 물이 차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궁이와 연도가 바닥보다 낮고 장독대가 놓인 뒷뜰이 집터보다 높은 데다 배수로가 메어 물이 집터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시사철 불을 때 습해가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매년 배수로 정비에 신경을 쓰든가, 아니면 콘크리트나 플라스틱 재질의 흄관을 설치해 물길을 확실히 유도한다.

마무리는 조경이다. 전통 농가는 소박한 꾸밈이 더 어울리는 만큼 주변의 흙과 돌, 나무를 이용해 꾸며본다. 비싸고 화려한 조경석은 동네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만큼 글쓴이는 값싼 발파석과 주변의 돌로 화단을 꾸몄다. 대신 화단이 너무 평면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흙을 돋우어 높낮이가 다른 구릉을 만들고 둘레를 돌로 둘렀다. 여기에 꽃과 나무를 적절히 배치하면 된다. 생각보다 너른 곳이라면 살면서 천천히 꾸며가자. 서양식 데크나 작은 연못, 그네, 우체통, 래티스 등 자기 집에 어울리는 것들을 틈나는 대로 하나하나 만들다 보면 도시의 즐거움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이환의 홍성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