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여행] 여기가 영화 속 거기 맞아예∼

영화의 도시 부산, 스크린 속 맛집
바다를 끼고 있는 수려한 자연풍광은 물론이고 1970∼80년대 옛 풍경, 화려한 고층 건물까지 부산은 팔색조 같은 도시다. 어떤 이는 화려한 야경에 반하고, 어떤 이는 산복도로의 허름한 집을 보며 옛 추억에 젖어든다. 또 다른 이는 바다와 기암절벽을 보면 감탄에 빠진다.

여행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부산을 기억한다. 이런 다양한 모습에 스토리를 입힌다. 바로 영화다. 풍광을 보고 ‘대단하다’며 감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거기야’라며 얘깃거리마저 풍성해진다. 부산의 유명 여행지는 어디선가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곳들이다.

해운대, 변호인, 국제시장 등 관객 1000만명을 넘은 영화 대부분이 부산을 거쳐갔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를 만나 아들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맡기로 한 장면을 촬영한 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마을은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절벽 위 동네로, 부산에서 풍광으로 손꼽히는 명소다.

◆‘여기가 거기야’… 영화 촬영한 여행지

#1.“니 변호사 맞재?”

“예. 아! 진우, 진우가 어찌 됐십니꺼?”

‘부림사건’에 연루된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맡을지 고심하던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은 좁은 골목에 있는 집 앞 계단에 쪼그려 앉은 채 주인이 오길 기다린다. 밤늦은 시간 우석은 순애를 만나 진우를 변호하겠다는 뜻을 전한다. 영화 ‘변호인’에서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주겠다’며 속물 세금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우석은 이때부터 인권변호사로 변신한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은 부산 영도구의 흰여울문화마을이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절벽 위 동네로, 부산에서 풍광으로 손꼽히는 명소다. 산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얀 거품을 낸다 하여 흰여울로 불린다. 6·25 때 몰려든 피란민들이 만든 마을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흰여울마을을 걷다 보면 흰여울 안내소가 나온다. 흰 벽에는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이런 게 어딨어요? 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란 영화 대사가 써 있다. 그 안내소 앞에 있는 계단이 바로 우석이 순애를 기다리던 촬영 장소다.

#2. “저 임신했어요.”

“아∼ 아이고 축하합니더. 그라면 얼라 성이 어찌되는 기고. 독일 아들은 슈씨가 많으니까 슈씨가 되나.”

‘짝!’

“윤씨예요. 당신이 한국 간다고 비행기 타기 전날….”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가게 ‘꽃분이네’

독일에 광부로 간 윤덕수(황정민)와 간호사로 간 오영자(김윤진)는 덕수가 독일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한국에서 만나 식사를 한다. 임신한 소식을 전하는 영자에게 덕수는 독일 남자의 자식인 줄 알고 터무니없는 말을 던진다. 화가 난 영자는 덕수의 뺨을 때리고, 덕수가 독일을 떠나기 전 영자와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결국 결혼한 덕수와 영자는 국제시장에 잡화점 ‘꽃분이네’를 차린 뒤 삶을 이어간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윤덕수(황정민)와 오영자(김윤진)가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태종대는 신선바위와 망부석 등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절경에 반해 이곳에 머물며 활쏘기를 즐겨 태종대란 이름이 붙여졌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한 가장의 모습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평생 반려자 영자를 한국에서 만나 결혼하는 장면이다. 파도가 치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된 이곳은 부산 태종대 영도등대 부근이다. 영도 등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바위다. 신선바위와 망부석 등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태종대는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 명승지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절경에 반해 이곳에 머물며 활쏘기를 즐겨 태종대란 이름이 붙여졌다. 태종대는 걷거나, 순환열차를 타거나,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수 있다. 태종대 산책로는 걸어서 둘러보는 데 2∼3시간은 걸린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다누비 순환관광열차(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가 낫다. 미성년자가 있는 가족은 할인받을 수 있다. 전망대, 등대 등 주요 정류장에서 내려 구경한 뒤 횟수에 상관없이 탈 수 있다.
태종대에서 보이는 주전자섬. 원래 이름은 생도인데 주전자처럼 생겼다고 해 주전자섬으로 더 알려졌다. 주전자섬에는 조형물이 하나 있는데 우리나라 지도 작성의 기점인 삼각점이다.
영도등대에서 신선바위 쪽을 보면 섬이 하나 보인다. 원래 이름은 생도인데 주전자처럼 생겼다고 해 주전자섬으로 더 알려졌다. 주전자섬에는 조형물이 하나 있는데 우리나라 지도 작성의 기점인 삼각점이다.

◆부산시내 곳곳에 숨은 촬영 장소들

관광지 외에도 부산 여기저기엔 영화 촬영 장소들이 숨어 있다. 부산 동구 범일동 옛 보림극장 주변에서는 ‘친구’와 ‘바람’ 등을 촬영했다.
부산 동구 범일동 옛 보림극장 뒷골목에는 동구에서 촬영한 영화의 주요 장면이 걸려 있다.
1970∼80년대 보림극장은 최신 영화와 가수들의 리사이틀이 열린 곳이다. 지금은 문을 닫아 간판만 남아 있지만 뒤편 골목 벽엔 동구에서 촬영한 영화들의 주요 장면이 걸려 있다. 보림극장 건너편에 있는 구름다리는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 유오성 등이 수업을 제낀 후, 교복을 입고 가방을 옆구리에 낀 채 뛰어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죽은 전봇대.
장동건이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고 말하며 죽는 장소는 보림극장에서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국제호텔 인근 구멍가게 앞에 있는 전봇대다. 이 가게 주인은 “가게 안에서 영화 촬영하는 모습을 봤다. 비가 오지 않았는데 하루종일 물을 뿌려 촬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바람’에서 주인공 정우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닭을 사는 장면을 촬영한 ‘보림치킨’. 영화에서 닭을 다듬는 아주머니가 실제 가게 주인으로 지역 주민들에겐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관객이 보진 않았지만 마니아층이 있는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에 나오는 치킨집도 범일골목시장에 있다. 골목시장 입구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빨간 간판의 ‘보림치킨’이 나온다. 정우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닭을 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이 장면에 닭을 다듬는 아주머니가 나오는데 실제 가게 주인이다. 지역 주민들에겐 영화보다는 맛집으로 통한다.
영화 ‘신세계’와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부산 화국반점의 간짜장과 탕수육. 영화에 나오기 전부터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최민식·이정재·황정민 주연의 영화 ‘신세계’, 하정우·최민식이 출연한 ‘범죄와의 전쟁’에 나온 중국집 화국반점도 들러보자. 중구 중앙동 용두산 공영주차장 부근에 있다. 신세계에선 황정민과 이정재가 부하들과 회식을 하는 신, 범죄와의 전쟁에선 최민식과 조진웅이 만나는 장면을 찍었다. 영화만 촬영한 것이 아니라 맛집으로도 알려졌다. 탕수육과 반숙 계란프라이가 얹혀진 간짜장 맛을 봐야 한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방파제에는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들의 포스터와 영화 장면, 줄거리,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새겨져 있다. 영화의 거리는 광안대교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부산에서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궁금하면 해운대 마린시티 방파제로 가면 된다. 영화의 거리다. 방파제에 ‘7번방의 선물’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도둑들’ ‘광해’ 등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들의 포스터와 영화 장면, 줄거리, 비하인드 스토리를 새겨놨다. 특히 영화의 거리는 광안대교가 바로 앞에 펼쳐진다. 거리 끝에 있는 산토리노 광장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을 본떠 만든 조형물과 뒤편의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컷을 남기자. 부산의 상징인 광안대교와 영화를 한번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부산 영화의 거리에 있는 산토리노 광장에는 영화 촬영하는 장면을 본떠 만든 조형물과 뒤편의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할 수 있다. 부산의 상징인 광안대교와 영화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부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