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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를 퍼뜨려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팔아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7일 구속된 ‘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30)씨의 피해자 십수명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충격으로 배 속의 아이를 잃은 신혼부부, 가족 모르게 투자했다가 이혼 위기에 내몰린 가장 등 사연은 각양각색이었으나 그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TV에 전문가로 출연해 믿었다”는 것이었다. 2014년부터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증권방송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씨는 2014년부터 2년 연속 부문별 회원 수 1위인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력을 과시했다.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또 인터넷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강남 청담동에 있는 호화주택과 고가의 외제차 사진을 게재해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원래 집안이 가난해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노래주점 웨이터로 일했다면서 온갖 고생을 한 ‘흙수저’ 출신이지만 주식투자와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고 강조해 왔다. 30억원을 호가하는 외제차 사진에 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지난해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이우중 기자 |
이씨가 이처럼 대범한 행동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디어로 다져진 허상이 있었다. 검증 없이 ‘청담동 백만장자’를 만들어낸 미디어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공범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