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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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목소리 커지는 한반도 핵무장론… 실행 가능성은?

‘득보다 실’/ 국제사회 각종 제재 감수해야 /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확장억제 약속 받아 ‘무의미’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핵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거론되는 핵무장론은 크게 독자 핵무기 개발론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론으로 나뉜다.

독자 핵무기 개발론은 북한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효과가 제한적인 대북제재에 집착하기보다 세계 제6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북한보다 핵 보유 능력에서도 확실하게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자 핵개발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핵 개발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힘의 균형을 이뤄 미·중 대립 구도에서 독자적 외교안보 공간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재래식 무기에 투입되는 군비를 줄여 복지와 교육 등에 재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자체 핵무장은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라 부담이 작지 않다. NPT는 5대 강국(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 이외 나라의 핵무기 보유와 제3국에 대한 핵무기 이양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만 가지고 있다. 자체 핵무장에 나설 경우 북한처럼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북한과 같은 폐쇄된 체제라면 모를까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한·미동맹의 균열도 불가피하다.

미국이 1953년 4월18일 네바다주 실험장에서 23kt 규모의 핵폭탄을 폭발시킨 ‘오소리(Badger)’ 실험 장면. 당시 기록에 따르면 폭발로 지면에서 약 1.4㎞ 높이까지 화염이 솟아올랐다.
위키피디아 제공
대안으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된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앞서 철수한 주한미군 전술핵을 다시 가져오자는 주장이다. 국제사회 제재나 한·미동맹 와해를 불러올 NPT, IAEA 탈퇴를 피해가면서 대북 핵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면 북핵 대응 시간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와 함께 ‘핵에는 핵으로 응징하겠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핵 개발 의사가 없다. 그런 핵무장은 정치권에서 얘기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감수해야 할 국제적·경제적 불이익이 너무 커 차선책으로 전술핵 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전술핵 배치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강력한 ‘확장억제’를 약속한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동해 등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 핵잠수함이 활동하고 있을 텐데 한국에 전술핵을 갖다 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밝혔다.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비판할 정당성과 명분이 사라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