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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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계는 우리 마약전쟁에 개입말라"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국내 문제로 규정하며 국제 사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24일(현지시간)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필리핀에서 지난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30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된 마약 소탕전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야사이 장관은 이날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필리핀이 부당한 간섭 없이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모두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사회와 사법시스템에는 초법적 처형이 설 자리가 없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법을 집행했고 저항하는 용의자를 자위권 차원에서 사살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근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필리핀 정부가 마약 근절을 명분으로 검거와 조사, 재판 등 사법절차를 밟지 않고 마약 용의자를 단속현장에서 사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22일 유엔과 EU에 마약 소탕전 현장조사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8명으로 구성된 유엔 조사팀이 오는 28∼29일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현장조사를 위해 필리핀에 오기를 원한다면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초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필리핀의 마약전쟁과 관련, 인권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