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차이를 떠나 분명한 것은 새로운 산업이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활용해 제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생산·공급하기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산업의 목표가 좋은 성능의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고도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이용자의 필요(needs)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
세계 경제와 유리될 수 없는 한국 경제도 4차 산업혁명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인재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것인가. 기술적 전환과 다양한 산업의 진보를 주도할 융합인재밖에는 답이 없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융합인재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할까.
우선, 미래기술과 기술 환경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미 우리가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5차 산업혁명은 더 가까운 장래에 올지도 모른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혁신적 기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술이 적용될 사회를 깊게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 기후변화와 에너지 혁명, 초연결사회와 같은 메가 트렌드가 기술 수요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SW)와 ICT에 대한 기술적 이해다. 미래 산업에서 ICT는 우리가 일상에서 숨 쉬는 공기와 같다. 정보 네트워크와 분리돼 있는 산업은 생각할 수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융합인재 역량의 근간은 SW에서 AI까지 ICT 활용 능력이 될 것이다. 끝으로, 물리·화학·생물·수학 등 분과 학문에 머물지 않고 개별 과학의 연계성을 이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솔루션은 두 개 이상의 학문 영역에서 협업에 의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과학-공학-기술로 이어지는 기술의 성숙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기초 기술에서 산업 기술로 이어지는 관리나 응용이 가능해진다.
사실 과학기술자 모두에게 이러한 역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충분하지 않지만 전환기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기술 리더의 소양이다. 융합은 넓은 범위에서 얕은 지식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연계성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융합 인재는 한 차례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이러한 융합인재의 육성에 있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