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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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남용 막는 이해충돌방지 조항 넣어야"

전문가들 개선 요구 거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낸 원안 그대로 통과됐어야 했다. 국회를 거치며 ‘이해충돌방지’처럼 중요한 부분은 삭제되고 규제 대상만 확대됐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다.

28일 시행과 동시에 우리 사회를 경천동지할 변화 속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란법이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미비한 점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권익위 원안에는 있었는데 국회 입법 과정에선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럴 땐 처벌 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 다목적홀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기관 청렴교육’에서 참석자들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해충돌방지 조항 추가 시급”


26일 권익위에 따르면 이해충돌방지 조항이란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 등이 관련된 인·허가, 계약, 채용 등 각종 업무에서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규정이다. 2012년 권익위가 마련한 김영란법 원안에는 핵심 조항으로 포함돼 있었는데 이후 국회의원들이 심의하는 과정에서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에서 제외됐다.

국회가 이해충돌방지 입법에 소극적인 것은 일단 이 조항이 생겨나면 이른바 ‘쪽지예산’ 등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의원들의 활동이 제약을 받으리란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권익위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상당수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추구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연대’ 소속 황성욱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한마디로 국회의원의 특권 남용을 막는 ‘갑질 금지법’”이라며 “국회의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통째로 뺀 것은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악용한 사익 추구 방지를 위해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 적용 대상 확대 검토도 필요

김영란법이 검경 등 수사기관의 권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도 미비한 실정이다.

김영란법의 소관 부처는 권익위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로선 위반행위를 접수했을 때 스스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보다 검경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방지와 견제를 통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김영란법이 효율성을 거두려면 권익위에 조사권을 부여함으로써 다원화된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권익위와 수사기관 간에 경쟁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래 적용 대상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 한정됐던 김영란법은 국회 입법을 거치며 언론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 등으로 확대됐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해 언론·사학 못지않게 공공성이 강한 금융계·법조계·의료계와 대기업·시민단체 등도 모두 포함시켜 사회 전체의 윤리 기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