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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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나무 '주검'만 남아… 백두대간 '잿빛 눈물'

지리산 이어 오대산·태백산·소백산서도 고산침엽수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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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백두대간의 고산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 지리산에 이어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국립공원에서도 고산침엽수가 집단고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태백산 쓰러진 고사목
26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오대산·태백산·소백산국립공원의 고산생태계 지표로 불리는 분비나무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최근 현장 조사한 결과 오대산의 경우 고산침엽수 70% 정도가 말라 죽고 나머지 30%는 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태백산은 60%, 소백산은 50%가 완전 고사했다. 이들 국립공원은 진한 초록빛 수관을 자랑했지만 현재는 건강한 분비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대산 고사목
오대산 분비나무는 이미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다.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지나는 오대산 두로봉 일대는 지름 20∼50㎝, 키 10∼20의 중대형 분비나무가 대부분 죽었다. 그나마 살아 있는 분비나무들도 잔가지와 끝가지의 잎이 떨어져 고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나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수 부족과 폭염 스트레스 등으로 고사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백산에서는 유일사에서 천제단, 무쇠봉과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주요 능선의 분비나무가 대부분 말라 죽었거나 고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태백산 분비나무는 5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거나 밑동이 부러져 있다. 소백산도 연화봉 기상청 레이더에서 천문대 근처 비로봉에 이르기까지 주능선에서 관찰된 분비나무가 거의 고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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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백두대간의 침엽수 벨트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한반도 아고산대 침엽수는 다시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아직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구상나무 집단고사가 확인된 지리산의 경우 반야봉 구간에서 실태조사가 벌어진 곳은 2곳에 불과하지만 의원실이 직접 확인한 결과 30곳이 넘는 지점에서 집단고사가 확인됐다. 장터목이나 제석봉 능선 등지에서도 실제 집단고사가 발생한 곳과 국립공원공단이 모니터링한 장소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한반도 전체에 걸쳐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단순히 일부만 지정해 모니터링을 할 단계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수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