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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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한국보다 더 낫겠지요" 해외로 가는 청년들

⑥ 언어·문화·인종·인맥… ‘4중 장벽’ 넘어야 취업 길 열린다 / 해외취업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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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해외취업은 또 다른 기회다. 국내에서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는 이에게도, 새로운 삶과 꿈을 찾는 이에게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잡 노마드’(Job Nomad) 행렬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해외취업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들이 적잖다. 언어·문화·인종·인맥이 쌓은 장벽인데, 하나같이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해 해외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례는 숱하다. 막연한 환상을 갖고 뛰어들기보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취업의 장벽들

언어는 제1장벽이다.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도 장벽이 되어 앞길을 막곤 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명문 로스쿨에서 유학한 최민지(30·여·가명)씨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 유명 외고를 나왔고 영어경시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한 경험도 있다. 그런 그가 언어 때문에 취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로스쿨 담당 교수에게 취업 추천을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미묘한 뉘앙스 차이 때문에 추천을 받지 못했다. 최씨는 “교수가 메일의 어느 문장에 대해 무례하다고 느꼈고, 이후 추천하기는커녕 나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언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인종과 인맥이 만드는 ‘대나무 천장’도 있다. 아시아 사람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한다.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30대 김찬우(가명)씨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지만 문화적 장벽 때문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BCG는 백인이 대다수다. 그는 “유학 생활을 오래했는데도 장벽을 느끼겠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스포츠 뉴스 등을 공부하듯이 보면서 적응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면 대나무 천장을 이겨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듀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30대 이영태(가명)씨는 “미국도 인맥이 중요하다”면서 “인턴십은 필수이고 열심히 네트워킹하며 준비해야만 원하는 데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엔 성공했으나 현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김정호(31·가명)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했으나 취업에 거듭 실패했다. 결국 2013년 초 싱가포르로 떠나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3년 만에 그만두고 올해 초 귀국했다. 이방인으로 객지 생활이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언어장벽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는 “거기 사람들은 잘난 척을 많이 한다. 우린 동남아시아와는 다르다, 이런 느낌으로 사람을 대한다”고 말했다. 비싼 의료비가 감당되지 않거나 기대했던 것과는 하는 일이 전혀 달라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 국립대를 나온 김대진(30·가명)씨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서 1년간 인턴으로 일한 뒤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해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일하는 게 나쁘진 않았지만 비싼 의료비 등 불편한 것이 적잖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 일을 하러 왔는데 박스를 뜯는 일만 시킨다든지 실제 하는 일이 달라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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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환상부터 버려라”

철저한 준비 없는 해외취업 도전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숱한 실패 사례들은 반면교사다. 실패기의 주인공들은 “막연한 환상부터 버리라”고 경고한다. 싱가포르의 일자리를 포기하고 귀국한 김정호씨는 “‘해외취업만이 살길’이란 식으로 얘기들 하는데 경험해보니 무작정 나가서는 안 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차별이 분명히 있고 나도 일하면서 외국인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난이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무작정 떠난다고 좋은 일자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환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곳들도 힘들다”면서 “최근 통계 보면 막연히 현실을 비관해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마인드로는 해외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개 그곳 노동시장의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른다”면서 “어학원에서 대충 알려주는 대로 알고 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교포 업체들이 운영하는 데 많이 가서 단순 판매 종사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성공사례 주인공들의 조언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해외에서 7년째 근무중인 원성공(31·여)씨는 “외국어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원어민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기에 끝없이 익혀나가야 한다”면서도 “유창한 외국어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능력에 더해 사람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인 사고방식이나 일반적인 문제해결 능력 등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일할 때도 요구되는 기본 소양은 외국에서 일할 때도 똑같이, 아니 그 이상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씨는 일본 도쿄의 한 광고회사에서 커머셜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좁은 울타리 안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를 담은 세계적 트렌드나 목표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롱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중·김라윤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