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각종 패러디가 뒤따랐다. “당나라 군대냐”는 불만 섞인 ‘당나라당’에서부터 ‘딴나라당’, ‘두나라당’ 등등. 분열과 무기력을 풍기는 말들이다. 당론이 흔들리고 무시될 때가 그렇다. 이수인·이미경 사례는 당시 제왕적 권한의 이회창 총재에겐 묵과할 수 없는 해당행위였다.
새누리당은 국회 국정감사 보이콧 당론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정현 대표가 국감 복귀 결정을 내렸으나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뒤집었다. 친박 강경파는 국감에 참여하려는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융탄폭격했다. 그러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을 감금한 여당은 콩가루 정당”이라고 비꼬았다. 콩가루는 찹쌀가루나 보릿가루 등과 달리 물을 넣고 반죽하면 뭉쳐지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다고 한다. 친박, 비박이 사생결단했던 4·13 총선 공천파동은 콩가루당의 절정이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여야가 합의한들 의총에서 또 뒤집힐 텐데 어떻게 믿고 합의하느냐”고 거들었다. 누워서 침 뱉기다. 합의 파기 ‘문화’는 더민주의 전통이다. 2014년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 여당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이 당내에서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어제 국회 국방위 국감에 참석해 소신을 실천했다. 당 지도부는 당 윤리위 회부를 통한 징계를 예고했다. 집권당이 내분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건 욕을 먹어도 싸다. 하지만 백해무익한 계파싸움이 아니라 국정·민생을 위해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김 위원장 징계는 당보다 국민을 아래로 보는 처사다.
허범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