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오설록’ 등 녹차단지와 ‘이니스프리’ 등 뷰티산업으로 유명해진 것은 한 기업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차(茶)라는 게 없다. 보리차나 숭늉이 전부다. 사실 일본의 차문화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어서 세계에 자랑하고 있다. 산업으로도 성공하고 있고 이제 내가 나서서 차문화를 보급하고 전파하고 싶다. 이런 문화 사업은 대기업이 앞장서 해야 하지만 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고 싶다.”
‘화장품 한류’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생전 각별한 녹차 사랑 스토리다. 그는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 차와 차문화가 있고, 우리나라도 과거에 뛰어난 차문화가 존재했음에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그의 차문화 부흥에 대한 열망은 1979년 제주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당시 서귀포시 도순동 황무지를 개간해 차밭을 일궜다. 제주는 기후 조건과 약산성의 토양, 물이 잘 투과되는 구조 등에서 차 재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가뭄과 서리 피해 등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시행착오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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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이 서귀포시 도순동 돌송이차밭에 제주녹차를 테마로 하는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
녹차에 대한 오랜 연구 활동을 통해 지난 2000년 국내 최초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를 출시하는 등 생명의 땅 제주의 아름다움을 고객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이니스프리는 녹차를 비롯해 미역, 화산쇄설물(송이), 감귤, 유채, 비자, 제주한란 등 15가지 제주 고유 원료를 화장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창조경제지원단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창조경제혁신 제2센터는 제주지역 자생식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 개발과 함께 강소기업 육성, 고품격 관광 콘텐츠 개발 등으로 지속적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녹차단지를 기반으로 문화관광 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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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전 회장이 지난 1979년 서귀포시 도순동 황무지를 개간해 차밭을 일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 회사 최초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정무역인 ‘아리따운 구매’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0년 제주 동백마을을 시작으로 국내 10여 개 지역과 협약을 맺고 아리따운 구매를 통해 제주에서 ‘동백’과 ‘비자’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받으며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아리따운 구매 첫 번째로 협약을 맺은 제주 동백마을에서는 울타리용 방풍수로 심었던 동백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다 익어서 떨어진 동백 꽃과 씨앗을 모으는 방식으로 노동 생산성과 친환경성을 높였다. 2011년 5월 제주 송당마을과도 비자 원료 구매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비자 오일은 항균력이 높다고 널리 알려진 티트리 오일보다 피부 자극감은 적고, 세포 증식능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제주와의 인연인 시작인 녹차 단지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도순동 돌송이차밭에 2023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녹차생산기지, 체험 공간, 스파 리조트 등을 조성해 6차 산업의 롤 모델로 키워낼 방침이다. 제주녹차를 테마로 한 농어촌관광휴양단지는 ‘프리미엄 녹차관광 아이콘’으로 육성해 직간접 고용 유발로 일자리를 창출한다. 유기농 차 재배에서 상품화까지의 과정을 체험하는 공간과 지하수와 찻잎을 활용한 스파 리조트를 결합해 제주에만 존재하는 뷰티 체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농어촌관광휴양단지가 조성되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제주 향토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생태문화 체험과 신선한 제주 유기농 음식,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돌송이차밭에 추진하는 농어촌관광휴양단지가 서광차밭 오설록 티 뮤지엄과 함께 녹차관광 벨트를 이뤄 제주의 문화관광을 이끌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국내 첫 차 전시관 ‘오설록 티 뮤지엄’과 2013년 개장한 복합 차문화 체험공간 ‘오설록 티스톤’,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등을 통해 제주가 가진 문화관광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설록 티 뮤지엄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20% 이상 늘어 지난해 160만명을 넘어서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문화공간이자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다도문화 체험공간과 햇차 페스티벌 진행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