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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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깜깜이 집필’ 국정교과서 주문 요구 논란

당국, 집필진·원고본 비공개 불구/“14일까지 주문 완료하라” 공문/ 교사들 “수업준비기간 부족” 반발/ 교육과정 적용 두고 현장 혼란도
교육부가 각급학교에 집필진과 원고본을 모두 공개하지 않은 채 ‘깜깜이 집필’ 중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문하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교과서 선정·주문과 동시에 내년도 수업계획을 세우는 일선 학교 역사교사들은 누가,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5일 교육부가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낸 ‘2017학년도 1학기 교과용 도서 주문 안내’와 이날 추가로 보낸 공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아직 집필이 끝나지 않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을 포함한 내년도 1학기 교과서를 14일까지 주문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교원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채택되는 검인정 교과서와 달리 국정 교과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어 도서목록을 확인한 뒤 필요한 수량만큼 주문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일선 교사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불신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한 여고 역사교사는 “요즘 국정감사에서도 국정 교과서 얘기가 계속 나오는 만큼 교과서 내용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역사교사들이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아는데, 밀실 집필을 이어가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주문을 받는 걸 보니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과목들에 2018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역사 과목에 당장 내년부터 바뀐 교육과정이 적용된다는 점도 교사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 역사교사는 “교육과정이 비교적 크게 바뀌는데 수업을 준비할 기간이 너무 짧아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주문 과정에서 일부 중·고교가 역사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주문해야 할지, 국정으로 주문해야 할지 혼란을 겪어 각 시도교육청에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교육부 공문에 ‘2017학년도 신입생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국정 도서를 사용하며, 기존 재학생의 경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발행된 검정도서 사용’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2, 3학년에 역사 과목이 배정된 학교는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야 할지 명확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공문에 쓰인 대로 내년도 1학기에 1학년은 2015 교육과정, 2학년과 3학년은 2009 교육과정에 맞게 교과서를 주문하면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신광수 기획팀장은 “역사교사들 입장에선 답답해하거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때 웹전시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교원들에게 책자로 배포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회장은 “교육부가 특별히 역사 과목의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연도를 앞당기면서 일선 학교현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진 것”이라며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연도를 늦추지 않는 이상 교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초고본-원고본-개고본-현장검토본-결재본’의 단계로 이뤄지는 교과서 제작단계 중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달 중으로 이미 완성된 원고본의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개고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고본을 다시 수정·보완한 현장검토본은 다음달 28일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어 내년 1월에 결재본이 심의 및 확정되면 교과서를 인쇄하기 시작해 3월부터 학교현장에서 사용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