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깨달음을 옮겨 적는 대표적 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사경(寫經)’의 아름다운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 전통 사경의 맥을 잇고 있는 외길 김경호 작가가 지난 5일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전통 사경 회고전인 ‘잉불잡란격별성전(仍不雜亂隔別成展)’을 열고, 11일까지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품의 크기 때문에 그동안 전시되지 못하다가 이번 회고전을 통해 21년 만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금강반야바라밀경’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
고려 전통 사경의 맥을 잇고, 계승 및 발전시킨 인물 중 한 명이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명예회장이다. 세계 3대 박물관인 뉴욕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보관된 한국 사경 작품 2점 중 한 점은 고려시대 작품이고, 또 한 점은 김경호 작가의 작품이다.
전시회 주제인 ‘잉불잡란격별성’은 의상대사가 화엄경의 핵심 내용을 7언 30구 게송 210자로 요약한 법성게의 한 구다. 독립성과 조화성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경호 작가의 40년 사경 활동을 총망라해 작가가 꼽는 최고의 작품 20점 등 총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매일 8~10시간씩, 수개월 길게는 9개월 이상 몰두하며 제작한 것이다. 작품 중 감지금니일불일자 ‘화엄경약찬게’, 감지금지7층보탑 ‘묘법연화경 견보탑품’, 감지금니 ‘아미타경· 아미타불48대원’ 등은 한 작품 제작에 꼬박 2000시간 이상 소요됐다.
특히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백지묵서 ‘금강반야바라밀경’은 작품의 크기 때문에 그동안 전시되지 못하다가 이번 회고전을 통해 21년 만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다. 크기는 가로 1450cm, 세로 288cm다.
김경호 작가는 지난 40여년간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제작된 모든 사경 작품을 재현한다는 원력으로 전통사경 연구의 외길을 걸어왔다.
김 작가는 “단순히 부처님의 말씀을 옮겨 쓰는 것이 아니라 청정한 마음으로 경전을 정성껏 옮겨 쓰고, 그 뜻을 깊이 헤아려 수지 독송할 때 진정한 ‘사경’이 될 수 있다”며 “작품을 응시하다보면 여러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관람객이 전통 사경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
한편, 이번 전시 작품들은 해외에서 개별 전시될 때 최고 100만 달러에서 최소 10만 달러의 보험에 가입된 작품들이다. 작품들은 이번 전시회를 마친 후 대부분 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김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