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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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 최순실씨 딸 특혜 의혹은 대학 존립 위협하는 것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점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추진을 둘러싼 학내 갈등으로 이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채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가운데 교수들도 정씨 특혜 의혹에 반발해 총장 해임 촉구 시위에 나선다.

지난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대가 정씨를 특혜 입학시키고 학교생활도 편의를 봐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승마선수인 정씨는 2015학년도 이대 체육과학부 수시전형에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했는데, 이대가 그해에 체육특기 종목으로 승마 등 12개 종목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입시서류 마감 후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딴 게 합격에 큰 도움이 됐지만, 수상 감안 기준인 ‘원서접수 마감일 전 3년 이내 국제·전국 규모 대회 개인종목 3위 이내’에 해당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정씨는 입학 후엔 증빙서류 없이 면담으로 출석을 인정받고, 극히 부실한 과제물을 내고도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담당 교수가 기한을 넘긴 과제물 이메일을 받고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회신했다는 대목에선 이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정씨는 온갖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휴학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제대로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입학 특혜는 없었고 정씨에게 특별히 편의를 봐준 바도 없다”는 틀에 박힌 답변뿐이다. 대학 스스로 의혹을 키우는 꼴이다. 이대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문제가 없다면 당당히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소명절차가 미흡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 당국은 옹색하고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이화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 이화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며 19일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기로 했다.

대학의 도덕성과 신뢰가 걸린 문제다. 이대는 130년간 쌓아올린 명문 사학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이대의 학칙 개정 과정과 적용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믿기 어렵다. 결국 이대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입시와 학사관리에 관한 한 최고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함을 이번 사태가 새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