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쯤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 한국 단색화 특별전을 마련할 예정이다. 단색화는 중국현대미술이 잃어버린 것들을 환기시키는 데 단서가 될 것 같다. 불교, 유교, 도교라는 정신세계가 중국 서예나 수묵화에 있어 왔지만 근현대의 급변하는 정치적 상황 등으로 중국현대미술에서는 결여됐다. 한국의 단색화가 중국현대미술의 잃어버린 고리들을 찾게 해 주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계회사 ‘시에라드 프로듀스’를 운영해 부를 축적한 슈퍼컬렉터 부디 텍. 그는 중국미술과 한국미술의 연결고리로 아시아적 정신가치를 꼽았다. 연합뉴스 |
“중국의 입장에서나 아시아의 시각에서, 나아가 세계 미술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중국현대미술은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우선 부각하다 보니 인간의 존재론적 또는 정신적인 측면을 반영할 여유가 없었다. 단색화는 이 같은 모습을 응시하게 해 줄 것이다.”
그는 세계 최대 판매부수의 미국 미술잡지 ‘아트+옥션’이 선정한 ‘세계 10대 미술컬렉터’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2011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매년 선정하는 ‘200대 컬렉터’에는 2012년부터 5년째 빠지지 않았다. 아트뉴스의 200대 컬렉터에 오른 한국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부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뿐이다. 한마디로 슈퍼컬렉터라는 얘기다. 그의 미술품 수집 원칙도 분명하다.
슈퍼컬렉터 부디 텍이 내년에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될 한국작가들의 단색화. |
그는 3년 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한국단색화전을 보고 매료돼 수집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우환 작가를 만나면서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가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수집한 것은 2004년부터 고작 10년 남짓한 기간이지만 작품 수는 1500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3일에 1점꼴로 구입한 셈이다. 그중에는 앤디 워홀과 자코메티 등 유명작가의 고가 작품도 많다. 그가 굳이 상하이에 미술관을 연 이유는 뭘까.
“상하이는 뮤직비엔날레와 건축비엔날레 등이 열리고 있어 예술도시로서의 가능성이 큰 국제도시다. 토지를 무상제공한 정부 지원과 기업의 스폰서십이 결합한 미술관 운영 형태는 중국에서 처음 시도된 것인데 사립미술관 건립이 붐을 이루는 상하이에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상하이가 세계미술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더 특별한 이유도 있다. 그의 아내가 상하이 출신이고 가족도 상하이에서 살고 있다. 항공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든 상하이 유즈미술관은 9000㎡에 이르는 대규모 공간으로 이달 말부터는 앤디 워홀 기획전이 예정돼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