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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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에 '애물단지' 선불카드 사라지나

사용액 급감으로 2분기 7년 만에 1000억 밑으로 떨어져

카드사 "남는 게 없는 상품…발급량 줄다보면 폐지될 것"
 

기프트카드로 불리는 선불카드 사용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불카드가 카드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선불카드 사용액은 869억3000만원으로 전 분기(1647억6500만원)에 비해 47.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불카드 사용액이 분기당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2분기(643억4700만원) 이후 7년 만이다.

선불카드는 고객이 일정한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해당 금액이 기록된 카드를 발급받아 카드 잔액 범위 내에서 수시로 소액의 물품이나 용역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카드다. 우리나라에는 소액 신용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4년에 도입됐다. 지하철 정기승차권, 버스카드 등이 대표적인 선불카드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커피빈 등 커피점과 유통업체가 상품권 대용으로 많이 발급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2000년대 초반 선불카드 발급을 시작했다. 그 당시 백화점에서 내놓은 종이 상품권이 크게 유행하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백화점 종이 상품권은 해당 백화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카드사가 발급하는 기프티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인기를 끌었다. 신용카드사에서 발급하는 선불카드에는 기명식 선불카드와 무기명 선불카드가 있다. 기명식 선불카드는 체크카드나 직불카드와 비슷한 개념이고, 무기명 선불카드는 일반적인 기프티카드를 의미한다.

선불카드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선불카드를 대체할 만한 다양한 결제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선불카드는 5만원, 10만원짜리 소액이 가장 많이 나갔는데 이를 대체할만한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한 기프티콘이나 신용카드 소액결제 등이 활성화되면서 선불카드는 트렌드에서 밀려난 상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보다 밴사 수수료가 이중, 삼중으로 들어 발급 비용은 신용카드와 같은데 수익은 커녕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점도 신용카드사가 굳이 선불카드 마케팅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카드사 관계자는 "1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쓴다고 했을 때 10만원을 한 번에 결제하면 밴사 수수료가 한 번 발생하지만 10만원을 1만원씩 10번에 걸쳐 사용하게 되면 밴사 수수료가 10번 발생하게 된다"며 "선불카드 제작비용까지 다 따지면 선불카드는 수익을 위한 상품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불카드 마케팅에 소극적이어서 선불카드 사용액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과거에도 적극적으로 선불카드 마케팅을 한 적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카드 배송비, 포장 비용, 잔액 알림 서비스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익이 제로(0)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검은 돈'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카드사에 부담이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무기명선불카드의 최고액을 5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무기명'이다보니 최고액인 50만원짜리 무기명선불카드가 '뇌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것.

카드사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낙전수입이 사라진 것도 선불카드 감소의 원인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선불카드를 사용한 뒤 남은 잔액을 환불 받지 않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카드사는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이 돈을 수입으로 챙겨왔다. 하지만 1000원 이하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고 선불카드의 잔액을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선불카드 잔액을 꼼꼼하게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결제 활성화 등 시대가 변하고 합리적인 소비 패턴을 가진 소비자도 늘면서 낙전 수입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는 선불카드 미사용액을 여신협회가 만드는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게 됐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선불카드를 60% 이상만 쓰면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도록 해 미사용 잔액 자체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물단지인 선불카드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면 발급량이 줄고 그러다보면 폐지를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질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사 수입이 보장되는 측면도 없어졌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그런 전망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