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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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의사협회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동참 안하겠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화학적 거세를 골자로 하는 아동보호법 개정안을 최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존 아동보호법상 최고 형량 14년인 것을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 선고는 물론이고 출소 후 피부에 마이크로 칩을 삽입, 위치를 추적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현지 의사협회가 화학적 거세에 동참하지 않을 뜻을 드러내 당분간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사협회(Indonesian Doctors Association) 의학윤리위원회의 프리조 시이프라토모 박사는 “화학적 거세로 성범죄자를 다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리조 박사는 “화학적 거세가 얼마나 효과를 유지하리라 생각하느냐”며 “성범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누군가가 있다고 가정하자”고 말했다. 이어 “출소 후 그는 의사를 찾아가 호르몬 치료를 요구할 것”이라며 “화학적 거세는 영원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프리조 박사가 화학적 거세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는 사람은 의사다. 그러나 우리는 의학윤리를 지켜야 한다. 당신이 의사가 될 때 ‘생명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느냐.”

프리조 박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윤리의 지침으로 의사가 되는 누구나 선언한다. 선서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와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등의 내용이 있다.

프리조 박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의사가 되는 한 나의 말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가 성범죄자를 벌하는 목적이라 해도 화학적 거세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학적 거세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BBC에 “인도네시아는 인권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성범죄자는 예외”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강한 벌을 내릴 것”이라며 “화학적 거세를 유지한다면 성범죄는 점차 줄어들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 캡처